국회는 1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 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재석 242인 중 찬성 226인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미국 측의 관세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3,500억 달러(약 52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전담할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이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이날 통과된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체결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핵심은 자본금 2조 원 규모의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해 반도체,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에 2,000억 달러를 투입하고, 우리 조선사들의 미국 내 거점 확보를 위한 조선업 전용 투자에 1,500억 달러를 배정하는 내용이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는 투자 집행의 효율성과 공공성 확보를 두고 막판까지 조율을 거듭했다. 당초 정부 안에서 3조 원으로 책정됐던 공사 자본금은 2조 원으로 조정됐으며, 투자 공사 인력 규모도 50명 이내로 제한해 조직 비대화를 방지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 출연금을 재원에서 제외하는 대신 전략투자채권 발행과 정부 차입금 등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수정됐다.
본회의장 전광판에 가결 결과가 뜨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 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압박해온 상황에서, 이번 본회의 통과는 통상 리스크를 해소할 결정적 카드가 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입법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추가 관세 인상 통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제 6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시점에 우리 기업의 대외 교역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산업 공동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미 투자가 국내 일자리 축소나 기술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상업적 합리성' 기준과 국회 사전 보고 절차도 법안에 명문화됐다.
정부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을 완료할 계획이다. 공사는 향후 대미 투자 후보 사업을 심의·의결하는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기금 운용에 착수하게 된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투자의 투명성과 수익성 확보가 향후 공사 운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별법 통과로 한미 경제 동맹은 단순 교역을 넘어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게 됐으나, 대규모 자본 유출에 따른 국내 투자 위축 가능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정부가 미 대선 국면과 맞물린 통상 압박 속에서 이번 투자 카드를 통해 실제 우리 기업의 실익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정책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