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중증 발달장애인 2명이 이를 나눠 먹었다는 이유로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받아 검찰에 송치됐다.
부모는 즉시 사과했고 피해 점주도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피해금액은 곧바로 변제됐다. 그럼에도 경찰은 가장 무거운 절도 혐의 가운데 하나인 특수절도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과연 이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경찰의 모습인가?
경찰은 "현행법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국민이 경찰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법조문을 기계적으로 읽는 기관이 아니라, 법의 취지와 사회적 정의를 함께 판단하는 공권력이다.
수사에는 재량이 존재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경미한 사건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판단 능력, 피해 회복, 점주의 처벌불원 의사까지 모두 확인된 사건에서 가장 엄격한 법리를 적용한 것은 상식적인 법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불송치는 불가능했다"는 설명만 반복하며 국민적 비판에 대해 제도 뒤에 숨는 모습이다.
법률이 미비하다면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국가기관의 책임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법의 한계를 설명하기보다 법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공권력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수천억 원대 금융사기, 조직범죄, 마약, 보이스피싱, 흉악범죄에는 수사가 지연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
그런데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 사건에는 특수절도라는 중한 혐의를 적용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은 형사사법의 우선순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 집행은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정은 획일성과 다르다. 모든 사건을 똑같이 처리하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 사건의 경중과 피해 회복, 당사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다.
검찰이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 사건이 형사처벌보다 교육과 보호,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경찰의 초기 대응은 과연 적절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절도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형사사법이 법률의 문구만 집행하는 시스템인지, 아니면 국민의 상식과 인권을 함께 고려하는 제도인지를 묻는 시험대가 됐다.
경찰은 "법대로 했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내부 검토와 수사 기준 개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매뉴얼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