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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도를 닦던 한 사람을 기억한 리더…그날 우리는 '사람'의 가치를 다시 배웠다

이명기 논설위원 (대기자) | 입력 26-07-17 09:38



한 사람의 가치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직함일까. 재산일까. 권력일까. 아니면 세상이 인정하는 성공일까.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사람을 숫자로 평가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연봉으로 사람의 능력을 재고, 직함으로 존재의 무게를 판단하며, 화려한 이력으로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사람들은 이름 없이, 박수 없이,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이들이다.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해 아무도 없는 복도를 닦는 미화원.

밤새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

누군가의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하는 조리사.

고장 난 시설을 고치고, 쓰레기를 치우고, 보이지 않는 곳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 부른다.

하지만 실은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보이는 곳에서 당당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조문 일화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20년 넘게 삼성 서초사옥 복도를 청소하던 미화원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조용히 빈소를 찾았다는 이야기.

수행원도, 화려한 의전도, 언론을 부르지도 않은 채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는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이 일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식적으로 모두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감동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먼저 진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아래를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권력을 가지면 사람보다 성과를 먼저 보고, 숫자를 먼저 보고, 실적을 먼저 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다르다.

가장 화려한 회의실보다 가장 조용한 복도를 기억하고, 가장 높은 임원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그것이 리더의 품격이다.

기업은 회장이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수만 명의 직원이 함께 만들고, 수많은 협력업체가 함께 키우며,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노동자들의 땀방울이 쌓여 오늘의 기업을 완성한다.

복도를 닦는 손길이 없었다면 직원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새벽부터 걸레를 빨았고, 누군가는 계단을 닦았으며, 누군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의 하루를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화려한 명함도 없었다.

신문에 이름이 실릴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은 결코 작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람을 잊는다.

퇴직하면 잊고, 자리를 떠나면 잊고, 세상을 떠나면 더 빨리 잊는다.

하지만 사람을 기억하는 사회는 따뜻한 사회다.

함께 일했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의 헌신을 기억하며, 마지막 가는 길까지 존중할 수 있다면 그 공동체는 아직 희망이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사람을 얼마나 많이 지휘했느냐가 아니다.

사람을 얼마나 깊이 존중했느냐에 달려 있다.

권한은 명령할 수 있지만, 존경은 명령으로 얻을 수 없다.

존경은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악수를 먼저 건네는 손.

수고했다는 한마디.

이름을 불러주는 따뜻한 인사.

그리고 마지막 길을 잊지 않는 마음.

이런 행동 하나가 조직의 문화를 만들고, 사회의 품격을 만든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되었다.

초고층 빌딩도 많아졌고, 첨단 기술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은 건물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가장 높이 세우는 나라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도 존중받고, 가장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들으며, 가장 평범한 삶도 소중하게 기억하는 사회.

그런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새벽에 출근한다.

누군가는 빗자루를 들고, 누군가는 걸레를 들고, 누군가는 작업복을 입고 또 하루를 시작한다.

그들은 박수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노동이 존중받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사람들은 가장 화려한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그 자리에서 평생 자신의 책임을 다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리더는 앞에서 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뒤에 남겨진 사람을 끝까지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회의 품격은 가장 힘없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결정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생각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리더가 가슴에 새겨야 할 시대의 메시지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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