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장기 실종된 장미란씨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 과정에서 이 경찰관이 담당한 또 다른 실종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된 사실이 드러났고, 해당 실종자는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의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3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경장은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미란씨(37) 사건을 처리하면서 실제로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직접 통화해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기록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통신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A경장과 장씨 사이에 실제 통화가 이뤄진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이후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종자 정보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을 임의로 처리한 정황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A경장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돼 있던 장씨 사건을 정당한 절차 없이 해제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장씨의 행방을 찾기 위한 수사는 해외까지 확대됐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3일 경찰청에 장씨에 대한 인터폴 황색수배를 요청했다. 황색수배는 실종자의 소재 확인이나 신원미상자 신원 파악 등을 위해 인터폴 회원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제도다. 경찰청은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A경장은 경찰의 긴급체포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제주지법은 24일 오전 11시 체포적부심사를 열어 긴급체포가 적법했는지와 계속 구금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리한다.
구속영장에는 장씨 사건뿐 아니라 A경장이 담당했던 또 다른 실종사건도 포함됐다.
A경장은 지난 7월 2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B씨 사건에서도 실제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실종자가 무사한 것처럼 기록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사건은 장씨 사건에 대한 부실 처리 의혹이 불거진 뒤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결과는 달랐다. B씨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51일 만인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B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와 함께 최초 실종 신고 당시 정상적인 수색과 확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한 경찰관이 담당한 두 건의 실종사건에서 잇따라 허위 종결 정황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개인의 직무유기 혐의를 넘어 경찰의 실종사건 관리 체계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사건 해제 절차가 도마에 올랐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담당 실무자가 사망 등 해제 사유를 입력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리자의 별도 확인 없이 해제가 가능한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 사건에서도 최초 신고 단계에서 상급자가 실종자의 실제 안전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작동했다면 허위 종결을 걸러낼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경찰청은 논란이 확산된 뒤 지난 21일 실종사건 해제 절차에 이중 확인 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담당자가 실종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이 실제 보고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A경장 개인에 대한 수사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경찰은 A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담당했던 다른 실종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허위로 안전 여부를 기록하거나 임의로 사건을 종결한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장씨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경찰관이 담당했던 또 다른 실종자가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최초 신고 이후 정상적인 수색이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는지까지 규명해야 할 문제가 됐다.
경찰의 수사·사건 종결 권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선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기록을 상급자가 걸러낼 장치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이번 수사를 통해 함께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