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 350여 곳이 지방 이전 대상에 오른다. 정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으로 검토하고, 기관을 지역별로 나누는 기존 방식 대신 산업과 기능이 연계된 기관을 묶어 배치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은 2027년 상반기부터 추진한다.
정부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앙행정기관 2차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능개혁을 포함한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행정·공공기관과 산업 기능을 지역으로 분산해 국가균형성장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중앙행정기관 이전은 세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처럼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기관부터 2027년 상반기 순차적으로 세종으로 옮길 계획이다.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기관으로 규정된 부처를 세종으로 옮기기 위해 법 개정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이전 기관과 시기는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한 뒤 확정한다.
별도 청사가 필요한 경찰청과 검찰청 폐지 이후 출범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은 청사를 신축한 뒤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들 기관은 청사 부지 선정과 설계·건축 과정이 필요한 만큼 실제 이전 시점은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보다 늦어질 수 있다.
정부는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조성도 함께 진행해 세종의 행정 기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더 큰 변화는 수도권 공공기관에서 이뤄진다.
정부가 지방 이전 대상으로 검토하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은 350여 곳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제외됐거나 이후 신설된 기관 등을 포함해 수도권 잔류 필요성을 다시 따진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겠다"며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350여 곳이 모두 지방 이전 기관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해당 기관들을 이전 검토 대상에 올린 뒤 기관별 기능과 수도권 잔류 필요성 등을 심사해 최종 대상 기관을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는 이전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과거 공공기관 이전에서는 기관을 전국 혁신도시에 분산 배치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이번에는 서로 연관된 기능을 가진 기관과 산업을 묶어 특정 권역에 배치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극 3특" 성장엔진과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인 메가프로젝트에 공공기관 이전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관 이전과 해당 지역의 산업 육성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 연구개발과 기업지원, 인력양성 등의 기능을 한 권역 안에서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공공기관을 어디로 옮길지는 올해 4분기부터 구체화된다. 이전 대상과 배치 지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관 이전과 동시에 대규모 기능개혁도 추진된다.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109개 기관을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조정하기로 했다.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과 별개로 유사하거나 중복된 업무를 합쳐 조직 자체를 재편하는 작업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남동·중부발전 등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는 발전 5개사도 하나로 합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항만 분야 역시 현재 여러 기관으로 나뉜 항만공사의 통합을 추진한다. 정부는 기관별로 흩어진 기능과 인력, 시설을 묶어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통폐합이 진행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은 8개,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관은 3개가 줄어든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가칭 "한국노인복지개발원"으로 합치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한국공공조직은행,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가칭 "국가생명나눔원"으로 통합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도 가칭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으로 합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식약처 산하에서는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가칭 "한국의약품안전공단"으로 통합한다.
통폐합 기관 직원에 대해서는 임원을 제외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다만 조직 통합 과정에서 근무지와 직무가 달라질 수 있어 세부적인 인력 재배치 방안은 기관별 개혁안에서 결정된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부터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과 공공기관 구조조정,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350여 곳에 달하는 만큼 어느 지역에 어떤 기능을 배치할지가 핵심이다. 기관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경쟁과 직원들의 이전 문제까지 맞물려 있어 올해 4분기 공개될 기관별 배치안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첫 시험대가 된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