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다음 달 2일 출범하는 공소청의 "사법통제부" 명칭을 "불송치사건심사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를 계기로 경찰청과 시도경찰청에는 실종수사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성인 실종자 대응을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한다.
당정청은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제11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공소청 출범 준비와 경찰 개혁, 추석 민생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사법통제부 명칭을 불송치 사건 심사부로 변경하는 방안, 형사기획관과 중대범죄기획관이라는 직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소청은 다음 달 2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당정은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에 맞춰 직제와 예산 편성, 사건 이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기능 개선 등 개청에 필요한 작업을 점검하기로 했다.
당초 법무부가 마련한 공소청 직제안 가운데 논란이 집중된 부분은 "사법통제부"였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등을 검토하는 기능을 맡도록 설계됐지만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조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사법통제부라는 이름이 적절한가"라고 지적하며 직제안을 다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당정이 사흘 만에 명칭 변경과 일부 직제 폐지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현재 결정된 것은 공소청의 해당 기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직 명칭과 직제를 조정하는 방향이다. 불송치 사건을 심사하는 구체적인 권한과 업무 범위는 최종 직제 확정 과정에서 정리될 예정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검찰개혁을 언급하면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수사자료의 유출 경위를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한동훈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는 불법 유출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쳐 정치검찰 종식의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앞서 해당 자료를 검찰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 만큼 자료 유출 여부와 경위는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할 사안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국민의 평가가 엄중할수록 주저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할 일은 더 분명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공소청 등 새로운 기관이 출범 첫날부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 시스템 등 준비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수사권 확대를 앞둔 경찰에 대해서는 검찰개혁보다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당정은 최근 제주경찰의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으로 드러난 실종자 관리 체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경찰청과 각 시도경찰청에 실종수사 전담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고위험 성인 실종 사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이른바 "실종성인법" 입법 논의도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현행 실종아동법의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성인 실종자 가운데 범죄 피해나 생명·신체 위험 가능성이 높은 경우 경찰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 비서실장은 최근 실종 사건을 자살이나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생명안전 관리체계에 포함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 대통령의 지시를 전하며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는 만큼 권한 확대에 상응하는 조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용우 대변인은 김 대표의 발언을 전하며 "경찰 개혁이 적당히 이루어지고 그런 방식으로 넘어가지는 않겠다"며 "떠밀려서 개혁하면 경찰이 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 이후 제주경찰 지휘부가 교체되고 경찰청 차원의 공직기강 강화 조치가 이어졌지만 최근 일선에서 경찰관 비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수사권 확대와 함께 경찰 내부 통제와 수사 책임성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 것인지가 경찰 개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당정은 이날 추석을 앞둔 물가 대책도 논의했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에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930억원을 투입하고 주요 성수품 18만5000톤을 공급해 명절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공소청 출범까지 남은 기간은 3주가 채 되지 않는다. 당정이 사법통제부 명칭과 일부 직제를 다시 손보기로 한 가운데 실제 불송치 사건 심사 권한을 어디까지 두고 경찰의 확대된 수사권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가 새 형사사법 체계 출범 전 마지막 쟁점으로 남았다.
백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