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의원직 겸직 문제를 비롯해 배우자의 당직 활동과 급여, 기본소득당 운영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물러났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30일 지명 이후 14일 만의 사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물러난 사례 가운데 가장 짧은 기간에 해당한다.
앞서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30일 만에 자진 사퇴했고,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지명 28일 만에 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첫 번째 쟁점은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직 문제였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가능하지만 기본소득당 비례대표인 용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이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적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용 후보자는 의원직을 내려놓을 경우 기본소득당의 원내 의석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후 배우자의 기본소득당 당직 활동과 급여, 당 운영 방식 등을 둘러싼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용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거나 해명하면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직접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0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후보직 사퇴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사흘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용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진사퇴를 요구하거나 거취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용 후보자 인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용 후보자가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응답은 13%,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61%였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8%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인사 문제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용 후보자 인선 하나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부동산 정책 등 다른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
용 후보자는 1990년생으로 임명될 경우 1990년대생 첫 국무위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청년 정치인을 내각에 발탁했다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인사청문회에 서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게 됐다.
특히 지난 10일 기자회견까지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정면 대응했던 용 후보자가 불과 사흘 뒤 후보직을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여론과 여당 내부의 압박이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용 후보자의 사퇴로 성평등가족부 장관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실은 새로운 후보자를 물색해야 하며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가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최예원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