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은이 무명 시절 직접 만든 극단의 흥행 실패로 5000만원의 빚을 떠안았고, 배우 신하균을 비롯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겼던 사연을 공개했다. 빌린 돈을 모두 갚기까지는 13년이 걸렸다.
이정은은 지난 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전 겪었던 생활고와 극단 운영 실패, 동료 배우들에게 돈을 빌려야 했던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2003년 배우들과 함께 훈련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연습실을 겸한 극단을 만들었다. 여러 극단에서 연기뿐 아니라 연출과 총무 등의 일을 경험했던 만큼 직접 극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대에 올린 두 작품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함께 작품을 준비하던 연출가까지 도중에 사라지면서 배우로 참여하려던 이정은이 연출과 운영을 떠맡게 됐고 결국 약 5000만원의 빚이 남았다.
당장 제작비를 마련하기 어려웠던 이정은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들은 연극계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었다. 우현과 신하균, 지진희, 김수진 등이 돈을 빌려줬다고 이정은은 밝혔다.
특히 신하균에게는 직접 만나지도 못한 채 전화로 돈을 부탁했다.
이정은은 당시 신하균에게 연극 제작비가 급하게 부족하다며 "천만 원만 빌려줄 수 있니?"라고 물었다고 회상했다. 신하균은 별다른 조건을 묻지 않고 돈을 빌려줬고, 지진희 역시 도움을 줬다는 게 이정은의 설명이다.
돈을 빌릴 당시에는 오래 걸리지 않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배우로 벌어들이는 수입만으로 5000만원을 갚기는 쉽지 않았다.
이정은은 생계를 유지하면서 빚을 갚기 위해 배우 활동과 여러 일을 병행했다. 녹즙 배달부터 간장 판매, 호텔 서빙까지 일자리를 가리지 않았다. 마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일도 했다.
한꺼번에 빚을 갚을 형편이 되지 않자 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상환했다. 50만원 또는 100만원씩 보내면서 자신이 빚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계속 알렸다고 했다.
그렇게 빚을 모두 갚는 데 13년이 걸렸다. 30대에 떠안았던 채무를 40대 후반이 돼서야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정은의 무명 생활은 길었다.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도 연극 무대를 떠나지 않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과 조연을 맡으며 활동을 이어갔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이정은은 영화 "기생충"에서 가정부 문광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동백꽃 필 무렵", "우리들의 블루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정은과 신하균의 인연도 다시 주목받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동료가 전화로 거액을 부탁했을 때 신하균이 도움을 건넸고, 이정은은 긴 시간이 걸렸지만 빌린 돈을 모두 갚았다.
이정은은 당시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좋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라는 취지로 고마움을 전했다. 극단 운영 실패로 시작된 5000만원의 빚은 13년에 걸쳐 사라졌지만, 힘든 시기를 함께 버틸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던 동료들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