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역과 담당 수사관에 따라 사건 처리 수준이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교육 강화에 나선다. 인공지능을 단순·반복 업무에 활용하고 퇴직 경찰관에게 지원 업무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한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4일 정례 간담회에서 경찰 수사 역량을 둘러싼 지적에 대해 "경찰의 활동과 노력이 아쉬운 부분이 있겠지만 뼈를 깎는 각오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현장의 잘못도 있었고 이를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와 지휘부의 책임도 있다"며 "무겁게 받아들이고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강도 높은 경찰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경찰 지휘부도 내부 쇄신 의지를 내놓은 것이다.
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에 수사 역량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일부 인정했다. 김 직무대행은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서울 중심의 수도권과 다른 지역 사이에 수사 역량 차이가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과 수사관의 역량에 따라 90∼100점짜리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60∼70점짜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우수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전문교육을 통해 역량을 높이는 것이 지휘부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과중한 사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수사 인력 증원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관 1명이 처리한 사건은 평균 134건에 달했다.
김 직무대행은 수사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앞두고 일선 수사 부서 경찰관의 불안과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수사관 2,100명이 배치될 예정이며 필요하면 추가 증원도 과감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부서의 인력을 수사 부서로 옮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반복된 인력 재배치가 조직 전체의 업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수사 부서가 아닌 곳에서는 기존에 10명이 하던 일을 7∼8명이 맡게 돼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력 재배치 외에도 기술과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김 직무대행은 "경찰 업무 가운데 단순하고 반복적이거나 관행화된 부분에는 AI를 적용해 현장 직원의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단순 지원 업무에는 퇴직 경찰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라 출범한 경찰 개혁 기구의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에는 내부 개혁과 외부 논의를 구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부 개혁기구의 업무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찰 내부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에 남아 있는 불합리한 요소를 찾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내부 반발이 제기된 순환인사제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 근무에 따른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제도 취지를 살리되 현장 의견도 반영하겠다는 설명이다.
경찰관의 정신건강 관리도 개혁 과제로 제시됐다. 김 직무대행은 경찰 업무가 수사 대상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직무 스트레스가 크지만, 그동안 조직 내부에서는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일이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관의 업무 관련 자살률이 다른 직군보다 2.1배 이상 높다고 언급하며 조직 차원의 심리상담센터 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수사 인력 증원과 AI 도입, 퇴직 경찰 활용, 순환인사제 보완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수사 품질의 지역별·개인별 편차를 실제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