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지 약 15개월 만이다. 지난달 30일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사에서 유임된 지 이틀 만에 정책 컨트롤타워까지 교체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현안 브리핑을 열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인 8월 31일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9월 1일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브리핑은 짧게 끝났다. 강 수석대변인은 김 실장의 사퇴 사실과 대통령의 사표 수리만 발표했으며 구체적인 사퇴 이유와 후임 정책실장 인선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김 실장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경제와 사회 분야 정책을 조율하면서 자본시장과 산업·금융정책, 인공지능 투자, 대규모 성장 프로젝트 등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에 관여해왔다.
최근 김 실장을 둘러싸고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인 ETF 도입 과정과 금융시장 급변을 놓고 책임론이 제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주가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된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상품 도입 과정과 금융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정책을 두고 정부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며 김 실장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지난 7월에는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여권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정책을 총괄한 청와대 경제라인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실장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도 있었다. 용산공원 개발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차등 적용 등이 포함된 세제 개편 과정에도 관여하면서 야권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김 실장은 지난달 30일 단행된 이 대통령의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사에서는 자리를 지켰다.
당시 이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법무부·국방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청와대 참모진 일부를 교체했다.
김 실장이 유임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야당은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김 실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인사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이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하루 뒤 이를 받아들였다. 개각 당시 유임된 정책실장이 불과 이틀 만에 물러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 실장의 사퇴로 이재명 정부의 집권 2년 차 인적 개편 범위도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까지 확대됐다. 정책실장은 대통령실에서 경제와 사회정책을 조율하고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핵심 자리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가계부채 문제, 증시 변동성 확대 등 주요 경제 현안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어 후임 정책실장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이날 후임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 실장의 사퇴 사유 역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 등 최근 정책 현안이 실제 사퇴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개각에서 유임됐던 정책실장이 이틀 만에 물러나면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지휘체계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실장 교체가 최근 논란이 된 개별 정책의 수정으로 이어질지, 인적 교체에 그칠지는 후임 정책실장 인선과 향후 청와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드러날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