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를 담보로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덜한 자동차담보대출로 자금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다.
자동차담보대출은 본인 명의 차량에 근저당을 설정하고 돈을 빌리는 상품이다. 차량을 금융회사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처럼 운행하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점수뿐 아니라 차량의 연식과 시세 등 담보가치를 함께 평가하기 때문에 신용대출에서 충분한 한도를 받지 못한 차주들이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자동차담보대출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약 두 달 동안 저축은행에 접수된 개인 자동차담보대출 신청은 24만8000건에 달했다.
규제 이전인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자동차담보대출 신청은 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2230건이었다. 규제 이후에는 하루 평균 5636건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실제 대출로 이어진 금액도 늘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자동차담보대출 하루 평균 취급액은 67억9000만원에서 84억9000만원으로 25% 증가했다.
반대편에서는 신용대출이 줄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개인신용대출의 하루 평균 취급 건수는 4930건에서 3641건으로 27% 감소했다. 상호금융 역시 하루 평균 500건에서 409건으로 18% 줄었다.
신용대출 감소와 자동차담보대출 증가가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신용만으로 추가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진 차주 가운데 일부가 자신이 보유한 자동차의 담보가치를 이용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 핀다가 올해 1월부터 4월 20일까지 자사 자동차담보대출 약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누적 약정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용자 수는 약 6.5% 감소했다.
돈을 빌린 사람은 줄었는데 전체 약정금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차량 등 자산 기반을 갖춘 40대와 60대 등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1인당 대출 규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담보대출이 주목받으면서 금융회사들의 상품 경쟁도 확대되고 있다. 저축은행뿐 아니라 캐피탈사와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자동차담보대출 상품을 비교하고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차량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수요 증가 요인이다. 자동차를 담보로 설정하더라도 소유권을 유지한 채 출퇴근이나 생업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차량이 필수적인 자영업자나 직장인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처분하지 않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대출이 필요한 차주의 부채 구조다.
자동차담보대출 이용자 가운데는 이미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등 다른 부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 자금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신용대출 한도가 부족해 자동차담보대출을 받거나 기존 고금리 대출을 갚기 위해 다시 차량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한다면 부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뀔 수 있다.
대출 금리 역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라는 담보가 있다고 해서 모든 차주가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점과 소득, 기존 부채, 차량 상태와 시세 등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금리와 한도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담보가치보다 대출금이 지나치게 커지는 상품도 주의할 부분이다. 자동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감가상각 자산이다. 주택처럼 담보가격이 장기간 유지되는 자산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대출 기간과 차량가치 하락을 함께 따져야 한다.
가계대출 규제의 목적은 전체 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는 데 있다. 그러나 한쪽 대출을 강하게 조였을 때 자금이 필요한 차주가 자동차담보대출이나 다른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한다면 가계부채 총량뿐 아니라 부채의 질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자동차담보대출 증가세가 단순한 금융상품 선택의 변화인지, 신용대출에서 밀려난 차주들의 추가 대출 창구로 굳어지는지가 핵심이다. 신용대출을 줄이는 동안 자동차를 비롯한 다른 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난다면 가계대출 규제가 만들어낸 "풍선효과"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정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