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군 병력과 군사 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8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반 등 비전투 자산을 보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파병 여부와 규모, 임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4일 호르무즈 해협 기여 방안과 관련해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군사적 기여와 파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군사적 기여 방식으로 전투 참여와 비전투 지원, 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병력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 임무 성격과 관계없이 파병에 해당한다는 점도 밝혔다. 청와대는 "전투 인력이든 비전투 인력이든 현장에 가면 파병이라고 규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확정된 방안은 없다. 정부는 여러 선택지를 놓고 파병에 따른 군사적·외교적 효과와 한반도 대비 태세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
파병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면서 군 당국도 필요한 준비 사항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투입 가능한 전력으로는 P-8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 군수지원함 등이 거론된다.
P-8 해상초계기는 넓은 해역을 비행하며 해상 상황을 감시·정찰할 수 있다. 군수지원함은 작전 중인 함정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거론되는 자산은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감시·정찰과 군수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들 자산을 실제로 투입하려면 운용과 지원을 담당할 병력도 함께 파견해야 한다. 현재 검토되는 전력 구성에 따라 150명에서 200명 정도의 병력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파병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군 당국은 원거리 파병에 필요한 해외 기항지와 현지 작전 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국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파병 가능성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해협 통항에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에너지 수급과 유가,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요청도 이번 검토의 주요 배경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위한 기여 방안을 협의해 왔다.
파병이 최종 결정될 경우 국회의 동의 절차도 필요하다. 헌법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해 국회가 동의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방식의 군사적 기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파병의 성격도 크게 달라진다. 비전투 자산 중심의 감시·정찰과 군수지원에 한정할지, 실제 작전 참여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핵심이다.
현재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중동의 군사적 상황과 장병 안전, 한반도 대비 태세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최종 파병 여부와 병력 규모, 임무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다음 단계의 쟁점이다.
김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