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법경찰관으로 인정되는 계급을 현행 경위 이상에서 경사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내놨다.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사법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의무화한 지침이 시행됐지만, 일선 수사 현장에서는 이를 담당할 사법경찰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경찰청은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7급 상당인 경사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위 이상 경찰공무원을 사법경찰관으로, 경사·경장·순경을 사법경찰리로 구분하고 있다.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담당할 수 있지만, 사법경찰리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찰은 경사 계급이 일반직 공무원 7급 상당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공무원은 특정직 공무원이지만 공무원보수규정상 경사 계급이 일반직 7급 상당으로 분류되는 만큼, 사법경찰관의 기준도 경사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은 다른 수사기관과의 형평성도 강조했다. 구 검찰청법에서는 검찰주사와 검찰주사보 등 6급과 7급 수사관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사법경찰관도 관련 법률에 따라 7급 이상 공무원 등이 사법경찰관 직무를 맡을 수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역시 중수청장과 7급 이상 수사관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고, 8급 이하 수사관은 사법경찰리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공무원만 경위 이상을 사법경찰관으로 보는 것은 직급 체계상 불균형이 있다는 것이 경찰청의 판단이다.
이번 논의는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사법경찰관의 지휘·감독을 강화한 지침과 맞물려 나왔다. 경찰청은 최근 사법경찰리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경우 반드시 사법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아야 하며, 사법경찰리 사이의 지휘·감독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사법경찰리가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피의자를 신문한다는 내용을 표시하고, 조서 작성 과정에 관여한 지휘·감독자와 참여자가 서명하거나 기명날인하도록 했다.
배경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수사준칙 개정이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사법경찰리가 수행하는 수사의 보조에 피의자신문과 조서 작성도 포함된다고 판단해 왔지만, 인권위는 사법경찰리가 독자적으로 피의자를 신문하고 조서를 작성할 경우 적법절차와 인권 보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수사준칙에는 사법경찰리가 사법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이를 실제 수사에 적용하기 위한 사법경찰관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호소가 나왔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전체 수사관 3만6천823명 가운데 사법경찰관은 약 54%, 사법경찰리는 약 46%를 차지했다. 일부 경찰서 수사부서에서는 사법경찰관이 팀장 한 명뿐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향후 5년간 변호사 출신 인력 500명 이상을 채용해 수사 부서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인력 확충과 함께 사법경찰관의 계급 기준을 확대할 경우, 수사 지휘 체계가 한층 유연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수사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는 문제인 만큼 교육과 감독체계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계급 기준만 낮출 경우 수사관별 전문성 차이와 피의자 인권 보호 문제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수사 경력과 전문교육 이수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