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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유 수출 한도 110%로 확대…11월부터 조건부 완화 시행

정한영 기자 | 입력 26-11-01 09:51



정부가 11월 1일부터 경유 수출제한 조치를 조건부로 완화한다. 국내 공급 안정과 적정 재고 확보를 전제로 정유사의 경유 수출 한도를 전년 같은 달 수출량의 100%에서 110%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중동 정세 악화에 대응해 수출제한을 도입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0월 29일 국내 석유제품 수급 상황과 정유업계의 요청을 검토한 결과, 11월 수출 물량부터 경유 수출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정유사는 전년 같은 달 수출량을 기준으로 최대 10%의 추가 수출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모든 정유사가 일률적으로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공급 의무를 이행하고 적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한 경우에만 추가 수출이 허용된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관련 석유제품의 수출량을 전년 동월의 100% 이내로 제한했다.

당시에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원유 수송 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석유제품 공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정유사들이 해외 판매를 확대할 경우 국내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해 수출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원유 도입 여건과 국내 경유 소비 상황에 변화가 나타났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0월과 11월 국내 원유 도입량은 전년 평균 대비 100% 이상 확보된 상태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당초 우려했던 원유 수급 차질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다.

국내 경유 소비가 감소한 점도 수출제한 완화의 주요 배경이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10월 셋째 주까지 누적 경유 소비량은 7.2% 감소했다.

경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정유사들이 보유한 재고에도 여유가 생겼다. 정부는 국내 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물량을 해외로 판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국제시장의 상황은 국내와 다르다. 글로벌 경유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수출제한으로 해외 판매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청해 왔다.

경유는 화물차와 건설기계, 산업용 설비 등에서 사용하는 주요 연료다. 국제시장에서 경유 공급이 부족해지면 정유사들의 수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국내 공급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출 물량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국내 소비자와 산업계에 공급할 물량을 먼저 확보하도록 하고, 남는 물량에 한해 수출을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수출 한도를 높이더라도 실제 추가 수출 물량은 정유사별 국내 공급 실적과 재고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산업통상부는 정유사별 추가 수출 수요 신청을 받아 국내 공급 여건과 향후 수급 상황을 검토한 뒤 수출 물량을 관리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 및 과잉수출제한에 관한 규정" 제8조 단서에 근거한다. 해당 규정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 정유사 및 석유수출입업자와 협의해 수출 물량 한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석유제품 공급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수출 한도를 별도로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외국 정부의 요청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출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공급 요청에는 석유제품의 종류와 물량, 공급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정부는 요청 내용을 검토하면서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 국제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정유업계의 수출 기회를 확대하면서도 국내 공급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부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전면적인 수출 자유화와 구분된다.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석유제품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국내 경유 재고가 줄어들거나 공급 차질이 우려될 경우에는 수출 한도를 다시 전년 동월의 100%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추가 수출이 허용되면서 해외 판매 기회가 늘어나게 됐다. 다만 실제 수익 증대 규모는 국제 경유가격과 정제마진, 정유사별 수출 승인 물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

국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살펴볼 부분이다. 정부가 적정 재고 확보를 추가 수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수출 확대가 곧바로 국내 경유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이나 원유 도입 차질 등 외부 변수가 발생하면 국내 공급 여건이 다시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경유는 화물운송과 산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연료여서 공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 물류비와 생산비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가 수출제한을 도입한 지 약 7개월 만에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국내 공급 안정과 정유업계의 수출 확대를 동시에 관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정유사별 추가 수출 승인 물량과 국내 경유 재고 변화, 국제 원유 수급 상황이 정책 운영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수출 한도 확대 이후에도 국내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이번 조치의 핵심 쟁점이다.

정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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