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베드’는 입원실 침대 옆에 설치된 일종의 태블릿 PC로 환자 개인의 일정을 알기 쉽게 표시해주고, 다양한 경로로 흩어져서 제공되던 병원의 여러 서비스들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융합을 거듭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메디칼리뷰>는 창간 1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의 전문가를 찾아 의료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환자와 보호자와 의료진의 공감이 스마트 병원의 핵심
순수 국내 제품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를 연거푸 석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 주인공은 ‘스마트 베드(smart bedside station)’.
이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헬스커넥트(주), 그리고 디자인 혁신 컨설팅 그룹인 pxd(대표 이재용)의 협업을 통해 2013년 초에 태어났다.
그런데 헬스커넥트(주)는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손잡고 만든 회사다. 결국 ‘스마트 베드’는 국내 최고의 의료진과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전문가, 그리고 디자이너의 지혜가 녹아있는 융합의 산물이다.
‘스마트 베드’의 UX (User eXperience) 기획, 설계 및 GUI (Graphical User Interface) 디자인을 담당했던 pxd의 박기혁 팀장과 허유리 선임을 만나 ‘스마트 베드’ 탄생의 과정을 들었다.
Q. 스마트 베드는 무엇인가요?
스마트 베드는 병원 입원 환자를 위해 침대 옆에 설치된 태블릿 PC입니다.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 플랫폼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습니다. 입원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개인 비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스마트 베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스마트 베드는 환자 개인의 일정을 알기 쉽게 표시해주고, 다양한 경로로 흩어져서 제공되던 병원의 여러 서비스들을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일단 의료 정보 조회가 쉽습니다. 입원 기간 동안 받을 검사의 종류와 자세한 방법, 복용하고 있는 약물의 종류와 복용법 등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터치 패드에 입력해뒀다가 담당 의사가 회진할 때 물어보거나 이메일을 통해 전달할 수 있습니다.
편의 서비스 신청도 간단합니다. 시트교체나 청소, 병실이동 신청도 몇 번의 터치로 손쉽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퇴원할 때도 편리합니다. 창구에서 따로 발급받아야 했던 외래 및 입원 기록과 같은 제증명 신청을 간단히 할 수 있지요.
여러 가지 병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고 불필요하게 길었던 이동거리나 대기 시간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Q.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 플랫폼은 무엇인가요?
진단 기록, 치료 과정의 각종 데이터, 약물의 종류, 하루 동안 먹은 음식과 운동량 등 환자 개인에 대한 다양한 의료 정보와 생활 정보가 자연스럽게 모이고, 분석되고,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는 운영체제입니다. 기존에는 이러한 정보들이 제각각 흩어져 있었고 수집하려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환자의 침대 앞으로 가져와 환자가 기억하기 좋고 활용하기도 편리하게 개선한 것입니다.
Q.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일반적으로 저희들이 하는 디자인은 Discover-Define-Develope-Deliver, 총 4단계로 진행됩니다. 이걸 도식화하면 더블 다이아몬드처럼 그려집니다. 확산하는 과정과 수렴하는 과정이 2회 진행되는 거지요.
Discover 단계에서는 비즈니스의 목표를 이해하고 기술적인 제약이나 환경적인 것들을 분석합니다. 스마트 베드는 입원 환자를 위한 서비스이므로 모든 것을 환자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환자의 입원 생활 전과정을 살펴보고 동시에 환자를 둘러싼 환경을 알기 위해 의료진, 특히 입원실과 밀접한 간호사들의 업무 프로세스도 분석하는 거지요.
Define 단계는 Discover 단계에서 찾아낸 문제점들을 통해 핵심 문제를 도출해내는 과정입니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야할지 전략적 방향을 설정합니다.
Develope 단계에서 는 다양한 솔루션을 찾고 검증하고 수렴합니다. 그렇게 최종적인 아웃풋을 만들어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것이 Deliver입니다.
‘스마트 베드’의 디자인은 Discover-Define-Develope-Deliver 4단계로 진행됐다. 이 과정을 도식화하면 더블 다이아몬드처럼 그려진다. 확산하는 과정과 수렴하는 과정을 2회 진행하면서 문제를 도출하고 솔루션을 찾는 방식이다.
Q. 의료분야의 디자인이라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저희가 의료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서 다른 프로젝트보다는 훨씬 막막했습니다. 헬스 콘텐츠를 다루는 서비스 차원의 기획은 해봤지만, 의료산업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서 참여한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처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핵심을 이해하고 단기간에 학습하는 pxd의 노하우로 복합적인 더블 다이아몬드 과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팀원들이 환자와 보호자로 병실 생활을 하면서 환자 중심으로 문제를 찾았지요.동시에 다른 환자나 보호자도 인터뷰도 했고요.
입원에서부터 퇴원하는 동안 어떤 과정들이 있고 각각 과정마다 환자의 감정 상태나 핵심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했지요.
간호사나 영양사, 의사 등 의료진의 관점에서도 분석했습니다.
Q. 디자인 과정 중에 핵심에 두었던 것이 있나요?
입원 후 환자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담당 의사를 만나는 ‘회진 시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사를 대면하는 시간은 길어야 3분이 안됩니다. 이 짧은 시간을 위해 하루 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는 꼭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환자가 입원 과정 중에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어떠한 절차 과정에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도록 병원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입원 후 일정을 가장 전면에 구현했습니다. 또한 개인의료정보(personal health record, PHR)도 간단히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Discover와 Define 단계를 통해 도출한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입원시점과 퇴원시점이 환자와 의료진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환자가 ‘입원을 했다’고 느끼는 시점은 옷을 갈아입고 침대를 보는 순간인 반면 병원 관계자들은 환자가 입원수속을 하는 순간부터를 입원시점으로 보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환자 입장에서는 입원하기 전에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결국 기억하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퇴원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치의에게 “이제 퇴원 하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들은 시점부터 환자는 심리적으로 이미 퇴원한 것이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행정 절차가 끝나야 퇴원이 되는 거였지요.
결국 환자는 퇴원수속 과정에서 대기시간이 굉장히 길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Q. Develope 단계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디자이너가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진과 함께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함께 모여 ‘환자가 남는 시간에 병원에서 유용하게 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화두를 던지면 각자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프레젠테이션도 진행하면서 해결점들을 계속 덧붙였습니다.
저희가 학습을 했다고 해도 의료의 디테일한 측면까지 알기는 어려운데 의료진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Q. 스마트 베드 화면의 색감이 부드럽고 편안합니다. 특별히 노력한 것이 있나요?
따뜻하고 친절한 느낌, 그리고 개인화된 컨셉으로 무드보드(moodboard, 디자인적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판)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친절한 개인 비서처럼 일대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갖도록, 그리고 성인뿐만 아니라 노인과 아이들도 쉽게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마트 베드’는 2013년 레드닷 어워드에서 Best of the Best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Peter Zec 레드닷 회장, pxd의 황현호 선임과 강보아 선임, 심사위원인 Kelley Cheng 디자이너.
Q. 세계 최고의 디자인상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두 번이나 받는 것은 pxd는 물론,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에게도 특별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수상이 같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의료도 디자인의 범위다’, ‘의료분야도 디자인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국내에서도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외형적으로만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과 병원 전체의 시스템을 개선한 결과물이 이 ‘스마트 베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올해로 창립 12주년을 맞았는데요, pxd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예전에는 사람(people)과 device를 연결시켜준다는 의미로 얘기했었는데, 요즘은 ‘people experience design’, 그러니까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고 사람의 경험에 대한 디자인을 하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비즈니스적인 목표, 기술, 사용자를 이해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니까요.
Q. 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스마트 병원이란?
‘스마트’와 ‘병원’을 분리해서 그 의미를 생각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병원이라 하면 IT 등의 최신기술이 적용된, 공상영화에서 나오는 새로운 병원을 상상하기 쉽죠.
자본이 있는 대형병원은 그러한 형태의 스마트한 모습을 가질 수 있겠지만 1, 2차 병원은 이와 다른 형태의 스마트 병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차 병원의 경우에는 지역사회와의 밀접함이‘스마트’한 모습일 수 있고, 2차 병원은 그 병원만의 전문성을 특화하기 위한 답을 찾는 것이 ‘스마트’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병원 서비스가 그 전까지는 병원 입장에서 환자에게 서비스하는 관점이 주를 이뤘다면 디자이너가 들어감으로써 병원 관계자들이 좀 더 사용자, 환자 입장에서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의료지식을 갖춘 전문가는 아니지만 환자 관점의 프레임을 가지는 스마트 병원으로 바꾸는 역할을 디자이너가 도와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1, 2차병원의 UX 컨설팅도 해보고 싶습니다. 동네병원이 어떠한 서비스를 했을 때 경쟁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Q.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 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료진에게 디자이너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UX, GUI 디자인은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 입장을 공감하면 프로젝트의 절반을 한 겁니다. 또 의료진의 입장을 공감하면 나머지 절반을 한 것이고요.
의료진과 환자의 입장 차이를 공감하고 그 가운데에서 서로가 서로를 공감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주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최신 IT 기기나 비싼 장비가 있어야만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스마트 베드'를 만든 디자이너들. 앞줄 왼쪽부터 김유리 주임, 강보아 선임, 허유리 선임, 중간 줄 왼쪽부터 박기혁 팀장, 진현정 선임, 이봄 주임, 노경완 그룹장, 제일 뒷줄 왼쪽부터 이승우 선임, 황현호 선임.
- Interviewee -
pxd Innovation Group 박 기 혁 팀장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경영학과 졸업
• HCI 2013, Best Speaker Award 수상
• Reddot 2013, Best of the Best 수상
• iF 2014, Winner 수상
pxd Innovation Group 허 유 리 선임
• 숙명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 아동복지학과 졸업
• Reddot 2013, Best of the Best 수상
• iF 2014, Winner 수상
- Interviewer -
Medical Preview 01. "IT, BT, ICT와 만난 비만"
Medical Preview 02. "응답하라, 스마트 건진"
Medical Preview 03.“신대륙, 근감소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