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서둘러야
박 근 용
강동장애인연합회 회장
얼마 전 본인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을 겪었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고지서였다. 사연을 이야기해보면, 본인은 약 3년여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후 집으로 우송된 건강보험료 고지서에 보험료가 직장을 다닐 때 보다 턱없이 많이 찍혀 있었고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지사 등에 항의하였으나 대답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발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유를 설명해주라고 했으나 상담을 맡은 직원들은 재산점수가 어떻고 가족수에 따른 점수가 어떻고 도저히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답이 아닌 답을 내놓았고, 본인은 그 때부터 건강보험료가 어떻게 산정되고 있는지 내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세계가 부러워한다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 여러가지 불합리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먼저 건강보험료가 어떻게 부과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무었인지부터 알아본다. 현행 보험료 부담 유형은 크게 나누어 6가지인데, 직장가입자는 자기가 받는 보수의 5.99%를 본인과 사용자가 반반씩 부담하고 있고, 근로자지만 임대소득 등 다른 소득이 7,200만원을 넘으면 그 사람은 보수와 별도로 그 소득에도 보험료가 부과되고, 자영업자 중 종합소득이 500만원이 넘는 사람들은 소득, 재산, 자동차에 보험료가 부과되고, 종합소득이 500만을 넘지 않으면 재산, 자동차, 성별, 나이로 보험료가 부과되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신생아, 노인 등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면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그들이 지역가입자 세대원이 되면 성,연령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어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건강보험료의 굴레를 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고도 불형평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자니 공단에는 2013년 한 해에만 보험료 관련 민원이 5,700만건 제기되었다고 하고, 이런 보험료 민원이 전체 민원의 80%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본인과 같이 퇴직하거나 실직할 경우에는 사실상 소득이 단절됨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부담은 더 늘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인 것이다. 반면에 두 채 이상의 집을 소유한 120만명은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니 참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하는 1955년부터 1963년에 출생한 750만여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2016년부터 퇴직하게 될 때, 이들에게 재산과 자동차를 근거로 많은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실직한 집안의 가게에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건강보험의 신뢰도 역시 크게 훼손될 것이 자명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고자 2012년 1월 쇄신위원회를 만들어 “소득 중심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만들었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해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발족시키고 개선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개선방향은 원칙적으로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고 소득에 의거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방향은 잘 잡혔다고 본다. 다만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보다 속도감있게 추진하여야 하나 그렇지 못하고 논의과정이 길어지는 것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늦었지만 개선시안을 빨리 공개하고 공론화하여 약속한대로 9월까지는 최종안을 내놓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율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간의 노력으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율이 63% 수준으로 상향되고, 소득자료 확보율은 90%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 여건이 개선되었고 이 정도면 선진국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오랫동안 문제가 누적되고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였음에도 시행이 미루어져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이제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될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물론 일시에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보험료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부과체계 개편을 단계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같은 보험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이른 시일 내에 보험료 부과체계를 반드시 통합하여야한다.
그렇게 해야만 본인처럼 납득하기 어렵고 설명할 수 없는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지 않게 될 것이다. 본인의 좁은 소견이지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야말로 중증질환자 보장성 강화 못지않은 중요한 국정과제이므로 이제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