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파면으로 치러지게 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인 3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초구 사저 인근 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투표권을 행사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두 달 만의 첫 공개 활동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를 찾았다. 남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차림의 윤 전 대통령과 흰색 재킷에 검은 바지, 운동화 차림의 김 여사는 별도의 발언 없이 조용히 투표 절차를 밟았다.
두 사람은 다른 유권자들과 함께 줄을 서서 신원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향했다. 투표를 마친 뒤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준비된 차량에 올라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한 취재진이 김 여사를 향해 최근 불거진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질문했으나, 김 여사는 아무런 답변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투표소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타나기 전부터 다수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들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투표는 통상적인 행보이지만, 이번 선거가 본인의 탄핵으로 촉발된 보궐선거라는 점에서 그의 등장은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에서 즉각 해제 요구안이 의결되고, 이후 직권남용과 내란죄 등 혐의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4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을 인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사저에 칩거해 온 윤 전 대통령이 이날 투표에 참여한 것을 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지층에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의 투표 행위가 보수 진영의 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