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제77주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앞둔 2025년 6월 2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았으나, 과거 "4·3은 공산폭동"이라는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유족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김 전 지사는 유족들의 요구에 직접적인 사과 표명 없이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과정에 일어났던 아픔"이자 "민족적 비극"이라고만 언급하며 참배를 강행해 갈등을 빚었다.
이날 오후 4·3평화공원 위령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지사가 분향과 헌화를 준비하자, 현장에 있던 4·3 희생자 유족들은 즉각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한 유족은 "영령들한테 사과 한마디 하고 참배하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오신 분이라면 그만한 도량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유족들도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역사가 있어야 한다"고 외치며 김 전 지사의 과거 발언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김 전 지사는 과거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시절, 국회 국정감사에서 "4·3은 명백한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제주 사회와 유족들의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유족들의 항의는 이러한 과거 발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추모의 자격조차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족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현장 관계자들이 중재에 나섰고, 십여 분간의 대치 끝에 유족들이 한발 물러서면서 김 전 지사는 묵념과 헌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위패봉안실로 이동해 헌화를 마친 그는 방명록에 "4·3희생자의 넋을 기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참배 의례를 모두 마친 김 전 지사가 자리를 옮기려 하자 유족들은 다시 그의 앞을 막아서며 울분을 토했다. 한 유족은 "큰할아버님,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셋째 아버지, 외할아버님, 외숙모님까지 4·3 광풍에 참 눈물겹게 살았다"며 희생된 가족사를 언급, 사과를 재차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지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3은 우리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과정에 일어났던 아픔이고 또 많은 분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민족적인 비극"이라며 "이 아픔을 딛고 제주가 더욱 평화의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족 여러분들의 아픔을 위로드린다"고 덧붙였으나, "사과를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안 하시는가"라는 취재진의 직접적인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충분히 말씀드린 것"이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결국 김 전 지사는 과거 발언에 대한 명확한 사과나 입장 변화 없이 원론적인 위로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희생이었다는 기존의 시각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그의 이번 방문은 4·3의 아픔을 위로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4·3의 역사적 평가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만 재확인한 채 마무리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