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코스피가 역사적인 4000선 안착을 넘어 연말 산타 랠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5.71포인트(1.88%) 급등한 4096.26으로 거래를 시작하며 국내 증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 10월 사상 처음으로 4100선을 돌파한 이후 조정기를 거쳐 다시금 고점을 향해 진격하는 모습으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회복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의 이와 같은 강세는 무엇보다 수출 주도형 산업의 견고한 실적 뒷받침과 정치적 리스크 완화에 기인한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빠르게 수습되면서,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귀환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반도체 업황의 우상향 곡선과 이차전지 분야의 기술적 우위가 확인되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지수 상승의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매크로 환경 또한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효한 가운데,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며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 IT 기업과 게임사들의 수익성 개선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강달러 환경이 환차익 발생뿐만 아니라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영업외 수익을 증대시켜 순이익 상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며 "뉴노멀" 시대를 개막한 것은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지정학적 리스크나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저평가받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정부의 강력한 밸류업 정책과 민간의 기술 혁신이 결합하며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외에도 로봇, 바이오, 방산 등 신성장 동력 산업들이 고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수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과 코스닥 시장의 동반 도약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중소형주 중심의 온기가 확산되면서 증시 전반의 기초 체력이 강화되었다.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랠리 이후 로봇과 바이오 등 코스닥 주도 업종으로 온기가 이동하는 "지수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며 시장의 균형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가능성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낸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여전히 한국 증시가 넘어야 할 산이다. 지수가 4100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단순한 지수 추종보다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과 글로벌 정책 변수에 기초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오늘의 상승 출발은 한국 증시가 오랜 정체를 벗어나 글로벌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 기조가 내년 초까지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투자자들은 지수의 숫자보다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이익 성장세에 집중하며 시장의 흐름을 냉정하게 관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