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란죄 관련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 설치 과정에서 제기된 위헌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법안 수정에 착수했다. 핵심은 당초 계획했던 별도의 법관 추천위원회를 폐지하고, 재판부 구성의 전권을 사법부 내부 기구인 판사회의에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입법부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배당권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특정 사건을 겨냥한 전담 재판부 설치 자체가 지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정치권과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22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방식에 관한 최종 수정안을 논의했다. 수정안의 골자는 내란전담재판부의 규모와 소속 법관의 선정 기준을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에서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판사회의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법원사무분담위원회가 실무적인 행정 절차를 수행하며, 최종적으로 구성된 재판부 명단을 판사회의가 다시 한번 의결하여 확정하는 다층적 검증 구조를 채택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의원총회 당시 제안되었던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초기 안은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법관을 추천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 수정안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참여마저 배제했다. 이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대법원이 최근 예규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의사를 밝힌 상황에 맞춰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이처럼 법안 내용을 수정한 배경에는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과 사법 행정권 침해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특정 범죄를 전담하는 재판부를 법률로 강제하고 그 인적 구성에 외부 위원회를 개입시키는 것은 사실상 "코드 인사"를 제도화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추천위원회라는 외부 기구를 삭제하고 사법부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인 판사회의에 전권을 넘김으로써 사법부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재판부 구성 방식을 변경하더라도 특정 시기에 발생한 특정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 입법권력을 동원해 별도의 재판 체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현대 법치주의의 원칙인 "자연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내란죄라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을 다루는 재판부를 별도로 신설하는 행위가 향후 사법부의 중립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법안 수정이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실무적 보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부 내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강화하는 형태의 수정안을 통해 위헌 논란의 핵심을 비껴가고, 대법원의 자체적인 전담 재판부 설치 움직임과 궤를 맞추어 입법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재판부 설치 이후에도 법관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판결의 공정성을 둘러싼 여야 간의 대립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사법 행정의 효율성 제고와 사법부 독립성 수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민주당의 이번 수정안이 사법부 내외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될지는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와 법원 내부의 반응에 달려 있다. 국가적 중대 사안인 내란 관련 재판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 절차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