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중부지방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17일 국내 증시는 소폭 상승하며 장을 시작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2.69포인트(0.33%) 오른 814.92에 개장하며 810선을 지켜냈고, 코스피 지수 역시 상승 출발하며 3,200선을 회복했다. 간밤 뉴욕 증시가 불확실성을 딛고 상승 마감한 것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나, 심각한 수해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나 홀로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순매도에 나서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장 초 외국인이 소폭의 순매수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으나,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상승 폭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국내 증시가 예상 밖의 강보합세로 출발한 것은 간밤 미국 증시의 영향이 크다. 현지 시각 16일 뉴욕 증시는 장중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설이 돌며 급락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3% 올랐고, 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0.32%, 0.25%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러한 미 증시의 훈풍이 국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막아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밤사이 이어진 집중호우로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 곳곳에서 침수와 산사태, 교통 마비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관련 기업들의 영업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피해 복구와 관련된 일부 건설, 폐기물 처리 관련주가 테마성으로 움직일 수 있으나,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소폭 상승한 1,390원 선에서 출발하며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미국 증시의 긍정적 흐름과 국내의 재난 상황이라는 상반된 재료가 충돌하며, 당분간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