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형 재난이나 집중호우 등으로 119 신고가 폭주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통화 연결음에 애태우지 않도록 인공지능(AI) 콜봇을 도입한다. 전국 최초로 AI 기반 119 신고 접수 시스템 'AI 콜봇'을 시범 운영 중인 서울시는 이를 통해 긴급 상황을 분류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AI 콜봇은 다수의 신고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서 긴급한 사건·사고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사안을 우선 분류한다. 분류된 긴급 신고는 서울종합방재센터 접수요원에게 우선 연결되는 방식으로 작동해, 신고 폭주 시에도 초기 대응 속도를 한층 빠르게 만든다. 기존 119 신고시스템은 720개 회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동시 통화가 몰릴 경우 ARS 대기 상태로 전환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AI 콜봇이 도입되면서 최대 240건의 대기 신고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시민 생명을 지키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I 콜봇은 단순히 전화를 받는 기능을 넘어선다. 동일 지역에서 유사 신고가 잇따를 경우 화재나 붕괴 같은 복합 재난의 가능성까지 통합 분석하여 조기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래 4개월 동안 AI 콜봇을 통해 접수된 신고는 총 1만 1,434건에 달하며, 이 중 2,250건은 긴급 상황으로 분류되어 신속한 대처에 기여했다.
서울시는 현재 신고 폭주 시에만 AI 콜봇을 운영하지만, 이를 평상시에도 일부 신고 전화(5개 내외)에 적용해 'AI 기반 재난종합상황정보시스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로 침수나 배수 불량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 재난 민원까지도 AI가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 시스템은 올해 구축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초기에는 AI 응답 내용을 사람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이중 감시 체계도 함께 운영하여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AI 콜봇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재난 대응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고영향 AI' 적용의 첫 사례"라며 "긴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시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획기적인 시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또한 내년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력하여 행정서비스 AI의 안전성과 책임성을 평가하는 '신뢰성 검증'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강옥현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AI가 생명을 지키는 도구가 된 만큼, 기술의 신뢰성과 시민의 믿음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시민의 안전 속에서 작동하도록 제도적 기반과 공공 AI 생태계를 조화롭게 구축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