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충청권의 광역단체장 4명이 모두 유럽 출장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해 복구가 한창인 상황에서 재난 대응의 총책임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미 일주일 일정으로 출국했으며,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은 오늘(24일), 김영환 충북지사는 내일(25일) 각각 유럽으로 향한다.
이들의 출장 명분은 '2027년 충청권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의 차기 개최지 수장으로서 독일에서 열리는 현 대회의 폐막식에 참석해 대회기를 인수하고,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우로 충청 지역에 심각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한 직후 이뤄지는 출장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선 논산시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되는 일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양해를 구하고 부단체장을 대신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충남도당과 충북도당 역시 "지역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시점에 지사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책임 방기"라며 즉각적인 출장 취소와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당사자들은 출장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해명에 나섰다. 김태흠 지사는 출국 직전 "피해 복구는 해외에서도 지시할 체계가 갖춰져 있다"며 "전쟁 중에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충북도 또한 "4개 시도가 공동 주관하는 국제 행사의 차기 개최지로서 공식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은 중요한 외교적 역할"이라며 김 지사의 폐막식 참석은 필수적인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수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뒤로한 채 떠난 단체장들의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