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었다가 살인미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에게 검찰이 61년 만에 무죄를 구형했다. 여성의 정당방위권이 부당하게 억압되었던 과거의 판결을 되돌리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오늘(23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최말자 씨 재심 재판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정당방위 범위를 초과했다는 기존 판결은 유감"이라며 "피고인은 무죄"라고 구형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최 씨의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최 씨가 당시 처했던 상황과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말자 씨 사건은 196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세였던 최 씨는 부산의 한 골목에서 술에 취한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저항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 그러나 사법 당국은 최 씨가 "성폭행을 피하기 위한 정도를 넘어섰다"며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최 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오랫동안 여성의 정당방위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불합리한 사례로 지적되어 왔다.
최 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평생을 '범죄자'라는 낙인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사건 이후 사회적 비난과 주변의 시선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최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지난해 5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최 씨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권고했고,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직접 재심을 청구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재판부가 여성의 정당방위 인정에 인색했고, 최 씨의 피해 사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성인지 감수성 부족한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검찰의 무죄 구형은 과거 사법부의 오판을 스스로 인정하고, 시대적 가치와 인권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최말자 씨는 61년 만에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이번 재심 판결은 향후 유사 사건의 정당방위 인정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의 최종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