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發) 강달러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을 또다시 강타했다. 29일 개장과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1390원 선을 돌파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17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32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이어져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8.0원 급등한 139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이 139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주 후반 이후 다시 나타난 현상으로,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환율 급등은 간밤 미국에서 발표된 견조한 경제 지표와 미 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맞물리며 달러화 가치를 밀어 올린 결과로 분석된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가치 하락이 곧 환차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험 회피를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일 유인이 커진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개장 직후부터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35포인트(0.54%) 내린 3192.17을 기록하며 3200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는 전일 미국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환율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현재와 같은 급격한 환율 변동성은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해치고 자본 유출을 촉발하는 악재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향방과 추가적인 경제 지표 발표 등 대외 변수에 따라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은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 선을 주시하며,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증시의 하방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외 변수에 발목이 잡힌 국내 금융시장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