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오늘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접경 지역 등에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를 경찰관이 직접 제지하거나 현장을 해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11일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 상정된 이후 나흘간 이어졌던 여야 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치 국면이 일단락되었으며, 경찰관의 직무 범위에 대북 전단 살포 행위 제지가 법적으로 명문화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표결에 부쳐진 개정안은 재석 의원 174명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경찰관이 접경지역 등에서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고 군사적·외교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근거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경찰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데 법적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법 통과로 경찰은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제지나 해산 조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항공안전법 개정안과 맞물려 있어 더욱 큰 논란을 낳았다. 항공안전법 개정안 역시 비행체 등을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민의힘은 두 법안을 묶어 "대북 전단 살포금지법의 부활"이라고 강력히 비판해왔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던 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처리를 저지하려 했으나, 다수당의 주도 하에 표결이 이루어지며 결국 법안은 통과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법안이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남북 간의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 유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해왔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공공의 안전에 더 무게를 둔 입법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번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통과로 인해 경찰의 직무 수행 범위가 확대되고 권한이 강화된 만큼, 향후 법 집행 과정에서의 명확한 기준 마련과 인권 침해 소지 방지를 위한 세부 지침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지속되는 만큼, 경찰의 현장 조치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향후 이 법안의 효력을 둘러싸고 헌법소원 등 사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남북 관계의 긴장 완화에 어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