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러시아 캄차카반도 동쪽 해역에서 30일(현지시간) 오후 11시 24분께 규모 8.0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진원은 얕아 강력한 쓰나미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고, 미국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와 일본 기상청은 즉각 러시아와 일본 연안에 위험한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은 인구 약 18만 7천 명이 거주하는 러시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 동남쪽으로 136km 떨어진 해상이다. 진원의 깊이는 19km로 비교적 얕게 관측되어 지표면에 전달되는 충격과 쓰나미 발생 위험을 키웠다.
지진 발생 직후, 태평양 일대의 쓰나미를 감시하는 PTWC는 즉각 쓰나미 위협 메시지를 발표했다. PTWC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지진으로 인해 진원지에서 300km 이내의 해안에 위험한 쓰나미 파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TWC가 공개한 예상 도착 시각에 따르면, 첫 번째 쓰나미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페트로파블롭스크에 현지 시각 30일 0시 12분경, 세베로쿠릴스크에는 1시 10분경 도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열도 역시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홋카이도에서 규슈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 전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은 최대 1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해안에 도달할 수 있다며, 해안가나 강 하구 근처에서 즉시 벗어나 고지대나 안전한 건물로 대피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PTWC 분석에 따르면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에는 현지 시각 30일 오전 1시 32분경, 혼슈의 하치노헤에는 오전 2시 12분경 쓰나미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다.
러시아 극동 당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관할 지역 해안가 주민들에게 쓰나미 경보를 전파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의 진앙과 가장 가까운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시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주요 기지가 위치한 군사적, 전략적 요충지여서 피해 발생 시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캄차카반도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경계에 있어 화산 활동과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 과거 1952년에는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해 10미터가 넘는 거대 쓰나미가 하와이까지 덮치는 등 태평양 전역에 큰 피해를 남긴 기록이 있다.
한편, 대한민국 기상청은 30일 오전 현재까지 이번 캄차카 지진으로 인한 한반도 연안의 쓰나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별도의 경보를 발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진 규모가 워낙 크고 이례적인 만큼, 동해안의 미세한 해수면 변동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각국 재난 당국은 실제 쓰나미 관측 정보와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 쓰나미 파도가 도달 예상 시각을 넘어서면서, 러시아와 일본 현지의 실제 피해 규모와 쓰나미의 위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