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포토/TV | 뉴스스크랩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ㆍ문화 라이프 오피니언 의료
 

 

日 3군에 내준 동아시안컵 우승, 40년 라이벌 K리그의 현주소를 묻다

정기용 기자 | 입력 25-08-02 22:13

유용한 뉴스를 공유해보세요.


최근 막을 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일본의 3군급 선수단에 우승컵을 내주면서 국내 축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한일전 패배를 넘어, 40년 넘게 경쟁과 발전을 거듭해 온 양국 프로축구 리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K리그가 J리그보다 10년이나 앞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재의 격차는, 두 리그가 걸어온 역사적 궤적과 발전 철학의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K리그의 역사는 1983년 "슈퍼리그"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는 J리그가 출범한 1993년보다 10년이나 빠른 출발이었다. 그러나 그 시작은 온전한 프로 리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를 확정한 전두환 정권의 주도 아래, 국민적 인기를 끌던 축구와 야구의 프로화가 급조된 측면이 강했다. 출범 당시 단 5개 구단 중 할렐루야와 유공만이 프로팀이었고, 나머지는 실업팀 형태를 유지했다. 연고지 개념이 희박했으며, 팬 문화 역시 모기업 직원들을 동원하는 응원단 수준에 머무는 등 여러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의 프로화는 일본 축구계에 거대한 자극제가 되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일본 축구가 프로화를 향한 절실함을 느끼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85년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었다. 당시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 두 차례의 한일전에서 일본은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에서 완벽하게 압도당하며 패배했다. 이 패배는 일본 축구계에 깊은 위기감을 심어주었다. 당시 일본 대표팀을 이끌던 모리 다카시 감독은 김정남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과의 교류를 통해 양국 선수들이 처한 환경의 질적 차이를 통감했고, 이는 일본 내 프로리그 창설 논의에 불을 지폈다. 당시 실업팀 위주의 JSL(일본사커리그)은 대중의 관심 밖이었기에, K리그의 존재는 일본에게 선진 모델이자 반드시 넘어서야 할 목표가 된 것이다.

이후 일본은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연구하며 수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93년 J리그를 출범시켰다. K리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J리그는 체계적인 준비를 바탕으로 출범 초부터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K리그에 역으로 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J리그 쇼크"로 작용했다. K리그는 부랴부랴 완전한 지역 연고제와 시민 구단 창단 등을 추진했으며, 기업 중심의 응원 문화를 탈피하고 진정한 팬덤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리그 명칭 또한 여러 차례 변경을 거듭하다 1998년에 이르러서야 "K리그"로 정착하며 본격적인 프로 리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두 리그는 발전 과정에서 각기 다른 철학과 스타일을 구축했다. K리그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피지컬과 "투혼"으로 대표되는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선 굵은 축구를 지향했다. 이는 어려운 인프라와 재정적 한계 속에서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 J리그는 기술적 정교함과 조직적인 패스워크를 중심으로 한 "아기자기한 축구"를 발전시켰다. 힘과 속도에서는 한국에 밀렸지만, 기술적 완성도와 유소년 시스템부터 이어지는 체계적인 선수 육성 철학에서 점차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의 결과는 이러한 장기적인 철학의 차이가 선수층의 깊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K리그와 J리그의 관계는 단순한 라이벌리를 넘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성장을 이끄는 파트너로서 기능해왔다. 40여 년 전 K리그의 출범이 J리그 탄생의 기폭제가 되었듯, 이제는 J리그의 성공 사례가 K리그에 새로운 혁신과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눈앞의 승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라이벌의 성공 요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Copyrightⓒ한국미디어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년 동행' 토트넘과 작별 고한 손흥민, 미국 LA서 '새로운 도전'
속보) 손흥민, 토트넘과 10년 동행 마침표…"팀 떠나기로 결정했다"
스포츠 기사목록 보기
 
최신 뉴스
폭염 자리에 '야간 물폭탄'…전국 산사태 '경계' ..
맹렬한 폭염, 식탁 물가에 비상등 켜다
정청래 민주당 신임 대표, 취임 후 첫 행보로 수해..
정밀 냉방 시대 개막…에어컨 0.5도 조절" 기능..
단독) 더불어 민주당 "컷오프 정청래 당대표"
"김건희 특검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소환..
'10년 동행' 토트넘과 작별 고한 손흥민, 미국 ..
폭염 밀어낸 '물 폭탄', 오늘 밤 전국 덮친다…피..
'김건희 집사 게이트' 수사 본격화, 렌터카-사모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무산되자 변호인 선임계 제..
 
최신 인기뉴스
속보) 외국인·기관 매도 공세에 코스피 1.5% ..
속보) 尹 ‘완강 거부’에 체포영장 집행 무산…특검..
속보) 정청래, 61.74% 압승…이재명 정부 첫 ..
속보) 김건희 특검, ‘집사 게이트’ 정조준…HS효..
단독) 이재명 정부 "시스템화된 조직 구축"
속보) 김건희 특검, 尹 체포영장 집행 착수…
검찰개혁 고삐 죄는 민주당…“TF 개혁안 확정, 당..
내년 ‘복지 잣대’ 중위소득 6.51%↑…4인 가구..
속보) ‘방송3법’, 민주당 단독으로 법사위 통과…..
무등산서 50대 고교 교사 숨진 채 발견
 
신문사 소개 광고안내 이용약관 개인보호취급방침 기사제보
 

한국미디어일보 / 등록번호 : 서울,아02928 / 등록일자 : 2013년12월16일 / 제호 : 한국미디어일보 / 발행인 : 백소영, 부대표 : 이명기 논설위원 (대기자), 편집인 : 백승판  / 발행소(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99, 4층 402호 / 전화번호 : 1566-7187   FAX : 02-6499-7187 / 발행일자 : 2013년 12월 16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소영 / (경기도ㆍ인천)지국, (충청ㆍ세종ㆍ대전)지국, (전라도ㆍ광주)지국, (경상도ㆍ부산ㆍ울산)지국,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지국 / 이명기 편집국장(전국지국장)

copyright(c)2025 한국미디어일보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