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하게 이어지던 가마솥더위가 물러나자마자, 이번에는 전국에 걸쳐 강력한 폭우가 예고돼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은 오늘 밤(3일)을 기점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지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채 복구되지 않은 지역이 많아, 이번 비로 인한 추가 피해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재난 당국과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늘 밤부터 내일(4일) 사이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경남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50mm에서 많게는 80mm에 달하는 물 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이틀간 예상되는 누적 강수량은 수도권에 150mm 이상, 전남과 경남 해안에는 200mm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며,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에도 10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는 수요일(6일)과 목요일(7일) 사이 또 한차례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주 중반까지 비 피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이번 폭우의 주된 원인은 제8호 태풍 "꼬마이"가 소멸하며 남긴 다량의 열대 수증기가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쪽에서 올라온 덥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서해상에서 유입되는 또 다른 수증기와 만나면서 폭발적으로 비구름대를 발달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한반도 상공에 동서로 긴 띠 형태의 정체전선이 형성돼, 중부지방을 시작으로 점차 남하하며 전국에 비를 뿌릴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지난 7월 기록적인 폭우로 큰 상처를 입은 지역들이다. 당시의 수해로 지반이 약해져 있고 하천 제방 등 방재 시설의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산사태나 하천 범람, 저지대 침수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기상청은 "산간과 계곡, 하천변의 물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으니 야영객과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즉시 대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하차도나 저지대 침수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요란한 비가 내리면서 맹위를 떨치던 폭염의 기세는 잠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다시 빠르게 오르며 폭염 특보가 내려지는 곳이 많겠고,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계속될 전망이다. 끝나지 않은 폭염과 기습적인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