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3일) 전남 무안군에 대한민국 기상 관측 사상 손에 꼽힐 만한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1명이 숨지고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단 한 시간에 연간 강수량의 10%가 넘는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에 지역 사회는 공포에 휩싸였으며, 당국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추가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어제 하루 전남 무안군에는 290mm에 육박하는 폭우가 내렸다. 특히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저녁 7시 10분부터 8시 10분까지 단 한 시간 동안 142.1mm라는 경이적인 강수량이 관측됐다. 이는 역대 시간당 강수량 기록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그야말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한 비가 쏟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무안국제공항 청사 지붕 일부에서 비가 새는 소동이 빚어졌고, 인근 도로와 주택가는 순식간에 흙탕물에 잠겼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어젯밤 8시 40분쯤 무안군 현경면의 한 하천에서 60대 남성이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약 2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외에도 주택과 상가 침수, 차량 고립 등 피해 신고가 빗발쳤으며, 전남 지역에서는 1400여 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유입된 다량의 수증기가 지형과 부딪히면서 매우 좁은 지역에 폭발적인 비구름대를 형성해 이 같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비슷한 시각, 무안에서 멀지 않은 목포의 시간당 강수량은 12mm에 그쳐 지역 간 편차가 극심하게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어젯밤 11시 30분을 기해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로, 비상 대응 수위를 2단계로 격상하고 피해 상황을 집계하는 한편 추가 피해 방지에 나섰다. 전라남도 역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저지대와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 대피를 안내하는 등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기상청은 오늘(4일)과 내일(5일)까지 광주와 전남 지역에 최대 25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이미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져 있어 추가적인 비에 산사태나 축대 붕괴 위험이 매우 크다"며 위험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재난 방송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