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과 관련해 칼을 빼 들었다. 특검팀은 4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전격 착수했다.
특검의 이번 압수수색은 채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임명돼 해외로 출국하는 과정 전반의 불법 행위 여부를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출국금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출국금지를 해제해주면서 해외로 떠나 '피의자 도피'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심우정 전 총장 등의 차량과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며 관련 증거를 찾고 있다. 심 전 총장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가 결정될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하며 해당 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당시 장관이었던 박성재 전 장관과 함께, 윗선의 부당한 지시나 압력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외교부 수장이었던 조태열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특검은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에게 외교관 여권이 신속하게 발급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 전 장관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장호진 전 실장,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특검의 수사가 사실상 이 전 장관의 출국 과정에 관여한 전 정부의 외교·안보·법무 라인 전체를 겨누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사 외압' 의혹 본류와 더불어 '피의자 도피' 의혹을 또 다른 핵심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동시다발적인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들이 향후 '윗선' 규명의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