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김용원 상임위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에 수사관을 투입해 김 상임위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김 위원이 사용해온 휴대전화와 PC 등 주요 전자기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김 상임위원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외압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확보한 물품은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거쳐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인권위로부터 김 상임위원이 과거 사용했던 PC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받은 바 있다. 이번에 압수한 PC는 김 상임위원이 최근까지도 업무에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내부 문서와 통신기록 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8월 9일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를 즉각 보류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국방부 검찰단의 채 상병 사건 수사자료 회수 결정을 공개 비판했다. 그러나 불과 20일 뒤인 8월 29일, 군인권센터가 낸 박 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하면서 입장이 급변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군인권센터는 김 상임위원이 입장을 바꾸기 직전인 8월 14일,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약 47초간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통화 이후 입장이 뒤집혔다”며 외압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5월 김 상임위원을 직권남용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의뢰했으며, 해당 사건은 이후 이명현 특검팀으로 이첩됐다.
특검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김 상임위원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 간의 통화 및 메신저 기록, ▲긴급구제 심사 과정에서의 내부 문서 처리 절차, ▲결정 과정에서 외부 영향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인권위 상임위원실을 직접 압수수색한 것은 단순 참고인 조사를 넘어 수사가 본격적인 강제수사 단계로 전환됐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확보한 디지털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상임위원 소환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사건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군 당국의 항명죄 수사와 관련이 있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국방부가 청와대의 개입 하에 수사 방향을 왜곡했다고 주장했으며, 특검은 관련 지시 체계와 외압 경위를 규명 중이다.
특검팀의 압수수색으로 채상병 사건의 ‘윗선 개입 의혹’ 수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