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한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생활이 지옥 같았다”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한국의 극심한 경쟁문화와 사회적 압박을 언급하며, 어린 시절 느꼈던 고통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는 지난 8월 임윤찬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미국 유학 생활과 음악적 철학을 조명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기자가 “해외에 오래 머물며 한국이 그립지 않느냐”고 묻자, 임윤찬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부 기간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지옥에 있는 것 같았고, 죽고 싶을 정도였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연주회를 위해 잠시 돌아갈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생활이 힘들었던 이유로 “과열된 경쟁 구조”를 꼽았다. 임윤찬은 “한국은 작고 사람이 많아 모두가 최고가 되기 위해 안달한다”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도 있다.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 인간적인 여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17살 무렵부터 이름이 알려지면서 정치인이나 기업인들로부터 부적절한 시기와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너무 많은 요구가 있었고, 그것이 저를 슬픔으로 가득 채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되며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부 누리꾼들은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 “한국은 어릴 때부터 경쟁이 일상이다”, “남보다 앞서야 인정받는 사회가 문제”라며 공감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한국에서 성장했기에 지금의 명성을 얻은 것 아니냐”, “개인 경험을 일반화하는 건 과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임윤찬의 발언이 단순한 개인의 회고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문화평론가 김현수 씨는 “예술계뿐 아니라 교육, 직장, 일상 전반에 경쟁이 과열된 사회”라며 “성취 중심 문화가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윤찬은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최근 카네기홀 등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회를 열고 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음악은 경쟁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과의 관계에 집중하며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단순히 한 예술가의 고백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성취 지상주의’와 ‘압박 문화’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