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기술 발전이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세 명의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는 미국 브라운대의 피터 하윗 교수, 프랑스 파리정치대(시앙스포)의 필리프 아기옹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조엘 모키어 교수다. 이들은 기술 혁신이 어떻게 기존 산업을 대체하며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성장을 촉진하는지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사람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을 현대 경제학의 핵심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이 개념은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가 제시한 개념으로, 신기술과 신제품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면서 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간다는 이론이다. 아기옹과 하윗은 이를 정교하게 수식화하고 실증 분석으로 확장해 현대 성장 이론의 기반을 다졌다.
아기옹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경제 성장은 개방과 혁신의 결과”라며 “국가 간 교류와 경쟁이 새로운 기술 발전을 자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은 세계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윗 교수는 “혁신을 가로막는 것은 규제의 부족이 아니라 독점의 방치”라며 “미국은 최근 몇 년간 거대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혁신의 동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공정 경쟁과 창의적 기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모키어 교수는 기술 발전이 노동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로봇이 인간 노동의 일부를 대체할 수는 있지만, 모든 영역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모두 저출산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제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선정 이유에 대해 “이들의 연구는 혁신이 경제 성장의 근본 동력임을 명확히 보여주었으며, 기술·교육·경쟁정책 등 국가 전략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전통에 따라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경제학상을 끝으로 2025년 노벨상 수상자 명단은 모두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