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국가유산 사유화 의혹이 종묘와 경복궁 용상 논란에 이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일반인 관람이 마감된 시간에 경복궁을 '갑작스럽게' 방문해, 명성황후가 시해된 비공개 구역 '곤녕합'에 경호 인력도 없이 단둘이 10분간 머물렀던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실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으로, 국가 중요 문화유산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국가유산청이 김교흥 위원장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5일 윤 전 대통령 내외는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점검차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박물관 관리 과장이 수장고 열쇠를 가지러 가야 해 약 30분의 대기 시간이 발생했고, "바로 옆 경복궁에 가자"는 결정에 따라 즉흥적인 방문이 이루어졌다. 당시 박물관 측은 경복궁 방호과에 "대통령 내외가 넘어간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이들이 경복궁에 들어간 시각이 일반인 관람이 마감된 오후 5시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근정전, 경회루 2층 등을 거쳐 건청궁으로 이동했다.
논란의 정점은 건청궁에서 불거졌다. 건청궁은 명성황후가 생활했던 곳으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소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구역이다. 국가유산청 확인 결과, 방문 당시 명성황후의 침실이자 시해 장소인 '곤녕합'의 문은 닫혀 있었으나,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문을 열라"고 지시해 출입이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이 곤녕합 내부에는 경호관이나 궁궐 직원 등 배석자 없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 단 두 명만 들어가 약 10분 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의 비극적 역사가 담긴 국보급 문화유산을 사적인 공간처럼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건희 씨의 국가유산 사유화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23년 9월 12일,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으로 특검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과 경복궁을 방문했을 당시의 추가 정황도 드러났다. 이미 근정전 '용상'에 앉아 사진을 찍은 사실로 파문을 일으킨 김 씨는, 당시 흥복전에서 고궁박물관 주차장까지 약 500미터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카트를 이용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당시 2인승 카트 총 4대가 동원됐는데, 이 과정에서 경복궁에 비치된 카트 4대가 "낡았다"는 이유로 창덕궁에서 별도로 카트 2대를 빌려와 이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왕의 자리에 앉았던 김건희가 왕비의 침실까지 들어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보 농단'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특검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묘에 이어 경복궁의 가장 내밀한 공간까지 비공개로 출입한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국가유산 사유화' 논란은 특검 수사의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