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현장이 증인 신문 절차를 둘러싼 여야 의원 간의 거친 설전으로 얼룩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사이에서 고성이 오간 가운데, 과거 "초선은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쳤던 나 의원이 이번에는 박 의원으로부터 "5선이 그것도 모르냐"는 직격탄을 맞았다.
논란은 나경원 의원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나 의원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백해룡 경정을 동부지검 수사팀에 합류시키라"고 지시했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다. 나 의원은 노 직무대행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10월 12일 오후에 구두로 받았느냐", "장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느냐"고 질의를 이어갔다. 나 의원은 "서면으로 했으면 (자료가) 있으면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답변을 압박했다.
나 의원이 증인에게 직접 답변을 요구하며 질의를 이어가자, 위원장석에 있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즉각 제지에 나섰다. 김 의원은 "직무대행은 답변하시는 게 아니다"라며 "자료제출 요구는 저한테 하는 것"이라고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법상 상임위에서의 자료제출 요구는 위원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의원이 증인에게 직접 질의응답 방식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 의원이 김 위원장에게 "그거는 알겠는데 일단은 자료가 있으면 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순간, 박은정 의원이 나 의원을 향해 "5선이 그것도 모르시냐고"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의 이 발언은 즉각 국민의힘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박은정 의원 조용히 좀 하세요. 왜 끼어들어요!"라고 고성을 지르며 엄호에 나섰다.
이날 박 의원의 "5선" 발언은 불과 두 달여 전 두 사람 사이에 벌어졌던 정면충돌을 연상시켰다. 지난 9월 2일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나 의원은 질의 도중 항의하는 박 의원을 향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고 소리친 바 있다. 당시 나 의원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재차 호통쳤고, 박 의원은 "왜 반말하세요", "뭘 아무것도 몰라!"라고 격렬하게 맞받아치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두 달여 만에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초선은 가만히 있으라"는 일갈이 "5선이 그것도 모르냐"는 비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정책 현안을 점검해야 할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핵심 쟁점 질의보다 여야 중진과 초선 의원 간의 감정 섞인 설전으로 또다시 파행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