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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키 크는 주사'의 위험한 유행...3040 여성, '항노화' 목적으로 맞다 "심각한 부작용" 우려

이수경 기자 | 입력 25-10-25 18:41



본래 소아의 성장 부진이나 성인의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인 '성장호르몬 주사'가, 최근 일부 의료 현장에서 '항노화'나 '젊음의 주사'로 둔갑해 건강한 30~40대 여성들에게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나 심각한 오남용 우려를 낳고 있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내세운 상술에 편승했다가, 자칫 심각한 부작용만 얻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강력한 경고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 시내의 한 내과 의원 입구에는 "젊음을 되찾으라"는 광고판이 버젓이 세워져 있으며, 병원 내부에서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항노화 주사'로 홍보하며 갱년기 증상이나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의 한 의사는 갱년기 증상이 있고 몸이 자주 쑤신다고 호소하는 방문객에게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생기는 그런 여러 가지 증상들에 도움이 되기는 성장호르몬. 몸에 활력이 되는 거죠"라며 주사 치료를 권했다. 이는 의학적으로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라는 명확한 진단을 받지 않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노화를 억제하고 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불명확한 기대를 근거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병원의 주장과는 달리, 건강한 성인에 대한 성장호르몬의 항노화 효과는 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 오히려 다수의 공신력 있는 해외 연구 결과는 건강한 성인에 대한 성장호르몬 투여가 효과는 없이 위험성만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008년과 2017년에 각각 발표된 미국의 주요 연구 논문들에 따르면,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했을 경우, 근력 강화나 신체 능력 향상 등 항노화와 관련한 긍정적인 변화는 유의미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효과와 달리, 부작용의 위험은 매우 구체적이고 심각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인이 불필요하게 고용량의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을 경우, 신체 말단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말단 비대증'이 발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손, 발, 코, 턱 등 신체 끝부분이 거대해지는 회복 불가능한 질환이다. 또한, 성장호르몬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 수치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당뇨병을 유발하거나 기존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부종, 관절통,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명백한 위험성 때문에 해외 선진국에서는 성장호르몬의 오남용을 법적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항노화나 미용, 혹은 운동 능력 향상 등의 목적으로 성인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하거나 투여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국내에서도 해당 주사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수적인 전문의약품이지만, 일부 의료 현장에서 '젊음'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악용한 상술로 인해 오남용이 이루어지고 있어, 관계 당국의 실태 파악과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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