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쏟아진 기습적인 첫눈으로 도시 기능이 한때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서울시의 제설 대응 시스템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많은 시민들의 퇴근길이 극심한 교통 정체로 얼어붙자, 정치권은 이를 두고 시정을 향한 "책임 공방"을 벌이는 형국이다. 지난 4일 오후 6시 전후로 단시간에 집중된 눈발은 대설주의보가 단 두 시간 만에 해제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으나, 주요 도로에 쌓인 눈이 제때 치워지지 않으면서 교통 마비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시민들은 평소보다 수 배의 시간을 도로 위에서 허비하며 큰 불편을 호소했고, 이는 곧바로 서울시 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번 교통 대란 사태의 도화선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기한 직접적인 비판이었다. 추 의원은 5일 SNS에 전날 여의도에서 올림픽대로를 거쳐 경기도 하남 자택까지 이동하는 데 무려 "5시간"이 소요되었던 개인적인 불편을 상세히 토로했다. 그는 시정이 특정 지역에 편향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혹시 오 시장에게 몰표를 준 강남은 제설 작업했을까 기대하고 우회해봤지만 다 꽉 막혀 모든 차량이 움직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눈을 안 치우면 한강버스 인기가 올라간다고 팔짱 끼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는 신랄한 표현을 사용하여 시정 운영의 태도를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 사안을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선 "무능 행정"으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쳤다. 박지혜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서울시가 "충분히 예견된 폭설이었음에도 총력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오 시장의 이번 제설 실패가 2010년 폭설 당시의 무대책과 늑장 대응 비판을 받았던 사례와 맥을 같이 한다고 강조하며, 최근 논란이 되었던 "한강버스"에 대한 오 시장의 집착을 행정 실패의 연장선상으로 비판했다. 더욱이 오 시장이 첫눈 예보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시아 협력 강화를 위한 해외 출장 중이었다는 사실은 야권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 역시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이 눈 속에 갇혔던 전날 오 시장은 따뜻한 동남아로 떠났다"며, "지금 한가하게 해외 나가서 '글로벌 선도 도시 서울'을 자랑할 때인지 묻고 싶다"고 강도 높은 정치적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야권의 맹공에 대해 서울시는 시민 불편에 대해 사과하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퇴근 시간대 기습적인 강설로 인해 제설 장비의 즉각적인 투입에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해외 출장 중이던 오 시장이 현지에서 제설 상황을 보고받고 실시간으로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정치 공세'임을 부각시켰다. 이들은 추미애, 김병주 의원이 폭설로 인한 시민 불편마저 "오세훈 시장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저열한 정치 공세"라고 규정했다. 특히 경기도 하남시에 거주하는 추 의원을 향해 "경기도의 제설 상황이나 챙겨야 한다"고 맞받아치는 등 공방은 지역 정쟁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통 대란이 단순히 강설량의 문제를 넘어, 기온 하강과 퇴근 시간대가 맞물리면서 짧은 시간 내에 도로가 얼어붙는 도시 교통의 취약성이 드러난 사건으로 분석한다. 제설 장비와 인력의 동원 시간과 초기 대응의 효율성이 가장 중요해지는 시점에 서울시 행정의 준비 태세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는 매년 제설 대책을 수립하지만, 도심 교통의 복잡성과 대규모 인파가 움직이는 퇴근길의 혼잡도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공방은 결국 시민 안전과 직결된 시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중요한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서울시 행정 전반에 대한 평가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향후 기습적인 자연재해에 대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