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에서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사건을 자해로 위장하려 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는 살인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모 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범행의 잔혹성과 사건 이후의 파렴치한 은폐 시도, 그리고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건은 지난해 8월 3일 새벽, 경기 하남시 소재 김 씨의 주거지에서 발생했다. 김 씨는 당시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과 통화했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방에 있던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했다. 범행 직후 김 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가 나를 찌르려다 스스로 자해했다"며 허위 신고를 하는 등 수사망을 피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타살 의심 소견이 명확히 드러났고, 경찰은 치밀한 수사 끝에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인 9월 2일 김 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김 씨는 살인 범죄 외에도 별도의 음주운전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 그는 체포 직전 무렵 경기 남양주 일대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사실이 적발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범행이 극히 불량하고 생명 경시 태도가 현저하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형량을 징역 28년으로 감형하며 양형 이유를 상세히 밝혔다.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범행을 부인하기에 급급하며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죄나 용서를 구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질타했다. 특히 심리 분석 결과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 점을 근거로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을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다기보다 술에 취해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중죄를 저지른 만큼, 장기간의 유기징역을 통해 스스로 성찰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감형 배경을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교제 중인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교제 살인"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우발적 범행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행위와 그 과정에서의 기만적인 은폐 시도는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