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린 뒤 경찰에 구조됐다. 16일 경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30분경 임 씨의 신변이 우려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긴급 출동했다. 경찰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의 한 장소에서 임 씨를 발견해 구조했으며, 임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임 씨는 구조에 앞서 이날 오전 7시경 자필 편지 형식의 글을 SNS에 게재하며 심각한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평생 연주자로 살아오며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려 왔음을 고백했으며, 2015년부터 항우울제를 복용해 온 사실과 무대 위 화려함 뒤에 가려진 고독감에 대해 서술했다. 특히 "그동안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고 감사했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겨 지인들과 팬들의 큰 우려를 자아냈다. 임 씨는 과거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과 법적 공방 과정에서 느낀 회의감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자신의 음악적 진실성만을 알아달라는 호소를 덧붙였다.
이번 소동의 배경에는 최근 진행된 재판 결과에 따른 심리적 압박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임 씨는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왔으며, 지난 9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SNS 글을 통해 성매매 경험 등 자신의 잘못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전처와의 이혼 과정에서 불거진 음란 사진 전송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님을 강력히 주장하며 심신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했다.
임동혁은 2001년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필두로 쇼팽, 차이콥스키, 퀸 엘리자베스 등 세계 3대 콩쿠르에서 모두 입상한 대한민국 클래식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국내 클래식 연주자로서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온 만큼, 이번 소식에 음악계는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동료 음악가들과 팬들은 임 씨가 안정을 되찾고 건강하게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경찰은 임 씨의 건강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며, 병원 측은 당분간 임 씨의 안정을 위해 면회를 제한하고 집중적인 심리 치료를 병행할 방침이다. 천재 피아니스트로 불리며 화려한 조명을 받아온 연주자의 내밀한 고통이 알려지면서, 예술가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