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불거진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잇따른 노동자 산재 및 사망 사고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걸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은 31일 국회 의안과에 "쿠팡의 불법적 기업 행위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정부와 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김현 의원과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의원,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주도했다. 민주당이 적시한 조사 범위는 방대하다. 최근 중국인 용의자에 의해 드러난 3천3백만 건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는 물론,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 사고와 열악한 노동 환경, 불공정 거래 및 독점적 경영 행태 등 쿠팡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 전반을 정조준하고 있다.
야당이 전격적인 국정조사 추진에 나선 배경에는 현재 진행 중인 연석 청문회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청문회 과정에서 쿠팡 측이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실질적인 결정권을 쥐고 있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부재가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현 의원은 요구서 제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김범석 의장이 직접 국내로 들어와 정보 유출 피해 보상과 노동자 사망 등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것이 국정조사 추진의 핵심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 합의를 전제로 김 의장에 대한 증인 채택과 이후 불응 시 동행명령장 발부까지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현정 원내대변인 역시 김 의장의 출석을 압박하기 위해 유례없는 조치를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출입국관리법을 근거로 국내 경제와 사회에 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김 의장이 지속적으로 국회 소환에 불응할 경우 소관 부처에 입국 금지를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 국적자인 김 의장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국정조사가 실제 실시되기 위해서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시작되지만, 구체적인 조사 목적과 범위, 기간을 담은 계획서 채택 과정에서 여야 협의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그간 쿠팡 문제를 지적해온 국민의힘을 향해 이번 국정조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며 여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쿠팡은 그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급성장해 왔으나, 이번 사태를 통해 보안 체계의 허술함과 노동 인권 경시 풍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정조사가 현실화될 경우 쿠팡의 경영 전략과 내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해부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국회 본회의 처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