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한 분야에 오래 머물수록 깊이를 얻는다. 시간은 기술을 만들고, 반복은 감각을 단련한다. 흔히 우리는 이를 두고 ‘노력의 결과’라 말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무엇이 사람을 그토록 오래 붙잡아 두는가. 무엇이 지치지 않게 하고, 다른 길로 새지 않게 만드는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재미, 그리고 즐거움이다.
사람은 즐거운 일을 할 때 가장 오래 버틴다. 억지로 하는 일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같은 시간을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다. 누구도 싫은 일을 하며 진심으로 몰입하지 못한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 앞에서는 시간 감각이 흐려지고, 피로조차 성취감으로 전환된다. 행복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은 늘 질문을 던진다. 좋아하는 일과 잘될 가능성이 높은 일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많은 이들은 전자를 미뤄두고 후자를 선택한다. 생계와 안정, 책임이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이다. 그 선택은 틀리지 않다. 다만 그 선택이 평생의 답이 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전반부는 결과가 중요하다. 성취, 성과, 평가가 삶의 기준이 된다. 이 시기에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이 앞선다. 놀이는 유예되고, 노동이 전면에 선다. 그렇게 사람은 자리를 잡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이 만든 구조 안에서 살아간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간이 흘러 삶의 반환점을 지나면 기준이 바뀐다.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중요해진다. 성공이라는 단어가 희미해지고, 대신 ‘잘 살았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때 사람을 지탱하는 것은 돈도, 지위도 아닌 자신만의 즐거움이다. 하고 싶은 일, 다시 말해 놀이가 삶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시절 놀이를 미뤘던 사람들이 오히려 후반부에 놀이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한때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꺼내고, 배우고,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성취보다 의미를 얻는다. 결과가 크지 않아도 만족감은 크다. 반면, 평생 해야 할 일에만 매여 있던 사람일수록 막상 시간이 생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행복은 성공의 보너스가 아니다. 오히려 즐거움이 지속될 때 성공도 따라온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사람은 성장하고, 그 성장은 때로 성과로 이어진다. 반대로 성과만을 좇다 보면 즐거움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피로와 공허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뜻이다. 작더라도 자신만의 놀이를 갖는 것,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이 모든 것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행복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즐거움에서 비롯된다. 하고 싶은 일을 완전히 업으로 삼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삶의 한 부분으로 품고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사람은 즐거운 방향으로 걸을 때 가장 멀리 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