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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원의 인사는 ‘절차’였지만, 국민에게는 ‘신뢰’였다

이명기 논설위원(대기자) | 입력 26-02-06 18:10



인사 정당성 vs 사법 신뢰, 무엇이 더 무거운가

법원은 말한다.
“정기 인사일 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법관은 일정 기간마다 자리를 옮긴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 사법 행정의 오래된 원칙이자 관행이다. 조직의 순환, 경험의 축적, 지역 간 균형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그 자체로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래서 지귀연 부장판사의 서울북부지법 전보 역시 형식적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게다가 1심 선고 이후 발령이라는 설명까지 붙었다. 절차적으로 흠잡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늘 ‘절차’보다 ‘맥락’을 먼저 본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하필이면 전직 대통령 ‘내란’ 사건이라는, 헌정사에 기록될 초대형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장이다. 그 이름 하나가 뉴스가 되고, 판결 한 줄이 역사가 되는 자리다. 그런 위치에 선 법관의 이동은 단순한 행정 행위로만 읽히지 않는다.

법원은 “정기 인사”라고 말하지만,
국민은 “왜 지금인가”라고 묻는다.
여기서 사법부가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다.
법은 합법이면 충분하지만, 신뢰는 납득되어야 생긴다는 사실이다.
인사는 합법이다.
그러나 납득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절차적으로 정당해도, 국민 다수가 고개를 갸웃한다면 그 순간 사법 신뢰는 조금씩 깎인다. 법원은 판결로 권위를 세우지만, 신뢰로 존재 이유를 얻는다. 신뢰 없는 권위는 오래가지 못한다.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민감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인사를 멈추란 말인가.”
사법 행정은 여론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재판 독립은 외풍을 차단할 때 지켜진다. 특정 사건 때문에 인사 원칙을 흔드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그것 또한 정치적 고려로 해석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사법부는 여론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한다.
사법부는 국민을 상대로 존재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법원은 “우리는 원칙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은 “그래도 찜찜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간극이 바로 오늘날 사법 신뢰의 균열이다.
법은 차갑게 판단해야 하지만,
사법은 따뜻하게 설명해야 한다.
설명이 부족하면 음모론이 생기고,
소통이 없으면 불신이 자란다.

이번 인사가 ‘문제’라기보다,
이 인사를 둘러싼 국민의 불안이 더 큰 문제다.
사법부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인사 원칙이 아니라,
그 원칙이 국민에게도 공정하게 보이는가 하는 지점이다.
보이는 정의가, 실질적 정의만큼 중요하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절차의 정당성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신뢰의 설득까지 책임질 것인가.
법원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지만,
동시에 신뢰를 관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판사는 자리를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사법 신뢰는 한 번 떠나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사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인사의 적법성이 아니라,
국민이 다시 법원을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마음의 문제다.
그 무게는, 판결문보다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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