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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억 횡령' 무죄 김예성, 허위 급여 등 혐의만 유죄 인정돼 일부 징역형

이수민 기자 | 입력 26-02-09 14:2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9일 오후 법정 내 피고인석에 선 김예성 전 비서관에게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중 핵심 쟁점이었던 23억 원 상당의 횡령 혐의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별도로 기소된 허위 급여 지급 관련 업무상 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일부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 공판은 예정된 시간보다 5분 늦게 시작됐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김 전 비서관은 재판장이 판결 요지를 낭독하는 내내 정면을 응시하며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재판부가 무죄 부분을 낭독할 때는 고개를 짧게 숙였으나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는 않았다. 방청석을 가득 채운 관계자들은 재판부의 판단이 나올 때마다 수첩에 내용을 기록하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김 전 비서관이 회삿돈 23억 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자금을 관리하며 임의로 인출해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금의 조성 경위와 인출 과정에서 김 전 비서관이 독자적으로 불법 영득의 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 제기 요건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 "법인 자금을 허위 급여 형식으로 지급한 것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훼손한 점 역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횡령액으로 지목된 상당 금액이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으로 돌아갔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검찰은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점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항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가장 무거운 혐의였던 23억 원 횡령에 대해 결백함이 밝혀진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유죄가 선고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의뢰인과 상의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관련 인물들에 대한 추가 수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 자금의 종착지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심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법원이 허위 급여 지급 등 일부 불법성을 인정한 만큼 자금 운용 전반에 대한 책임 소재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의 핵심 증거들을 배척하고 사실상 판정승을 김 전 비서관에게 안겨주면서 양측의 공방은 2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자금의 성격과 용처를 둘러싼 입증 책임이 다시 검찰에게 돌아간 가운데 상급심이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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