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6일 0시 1분(현지시간)을 기해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함량이 높은 가전제품 및 완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의 25%를 관세로 부과하는 새 포고령을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세탁기, 냉장고 등 금속 비중이 큰 가전제품을 비롯해 부품, 모터, 자동차 부품, 구리 전선 등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존 과세 체계는 제품에 포함된 금속 비중을 따로 산출해 해당 부분에만 50%의 관세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러한 계산 방식이 행정적으로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금속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넘는 완제품 전체 가격에 대해 25%의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금속 함량이 15% 이하인 제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의 계산법은 복잡해졌다. 1000달러짜리 세탁기에 철강이 200달러치 들어갔을 경우, 이전 방식으로는 철강분 관세 100달러(50%)와 나머지 부분 관세 등을 합쳐 180달러 수준을 냈으나, 이제는 전체 가격의 25%인 250달러를 내야 한다. 관세율 숫자는 낮아졌지만 과세 표준이 '금속 함량'에서 '제품 가액 전체'로 확대되면서 실제 기업이 부담할 금액은 오히려 늘어난 구조다.
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가전업체 대외협력팀 회의실은 주말 사이 발표된 포고령 전문을 분석하는 직원들로 분주했다. 실무진들은 화이트보드에 품목별 금속 함량 수치를 적어 내려가며 관세 부과 대상 여부를 일일이 대조했다. 한 관계자는 서류 뭉치를 넘기며 "단순히 철강재 수출뿐 아니라 가전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국내 가전 업계는 즉각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부적으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가전제품은 보통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운영되는 만큼, 관세 비용이 늘어날 경우 제조원가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지 판매가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으나 이는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정부는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품목별 영향 분석과 함께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한국이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한 국가라는 점을 활용해 일부 품목에 대한 예외 적용이나 별도 관세율 협의가 가능한지도 타진할 계획이다.
이번 관세 조치로 북미 가전 시장의 가격 변동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내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가전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화된 보호무역 장벽이 한미 통상 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 산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