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고정OT(연장근로수당) 등을 악용해 실제 일한 만큼 임금을 주지 않는 이른바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을 위한 첫 정부 지침을 마련했다. 노동부는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명확히 구분해 기재하도록 하고, 약정 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해서는 반드시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번 지침은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일정액의 수당만을 지급해온 산업계 관행을 임금체불로 규정하겠다는 조치다. 노동부는 런던베이글뮤지엄(LBM) 사례처럼 기록되지 않는 장시간 노동과 수당 미지급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LBM 인천점 등에서는 개점을 앞두고 주 80시간이 넘는 고강도 노동이 이뤄졌으나, 포괄임금 계약을 이유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5억 6천만 원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직원들은 추가 근무를 하고도 기록을 남기지 못해 사실상 열정페이를 강요받았다는 진술을 내놨다.
정부는 포괄임금제 자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오남용 방지에 무게를 뒀다. 지침에 따르면 사업주는 임금대장과 명세서에 연장·야근·휴일 수당을 각각 산정해 적어야 한다. 미리 정한 고정 수당이 있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이 이를 초과하면 그 차액만큼 반드시 정산해야 한다.
근로시간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포괄임금을 유지해온 사업장에는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정하는 근로시간 계산 특례제도 활용을 권고했다. 노동부는 지침 배포와 동시에 익명신고센터를 가동하고 임금명세서 기재 적절성 여부에 대한 기획감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대선 공약 이행의 일환이나 노동계 일각에서는 포괄임금제의 원천적 금지가 아닌 오남용 방지만으로는 현장의 편법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주가 근로시간 기록 자체를 누락하거나 조작할 경우 이를 입증할 책임이 여전히 노동자에게 남기 때문이다.
향후 고용노동부가 실시할 기획감독 과정에서 근로시간 기록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의 실효성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