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는 '7311.54'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한 직후 7300선까지 단숨에 치솟자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딜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광판 화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6.02포인트(2.25%) 오른 7093.01로 개장하며 증시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달 16일 60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20일 만이다. 지수는 개장 직후에도 상승 폭을 가파르게 키우며 오전 9시 3분께 7311.54를 기록해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폭발적인 매수세에 시장 안전장치인 사이드카도 작동했다.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6분 2초에 유가증권시장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된 결과다. 이에 따라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정지됐으며, 올해 들어 8번째로 기록된 매수 사이드카다.
증시 상승의 엔진은 반도체 대장주들이 담당했다. 삼성전자는 오전 9시 15분 기준 전일 대비 9.89% 급등한 25만 5500원에 거래되며 '25만 전자' 시대를 열었다. SK하이닉스 역시 9.26% 오른 158만 1000원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장중 한때 삼성전자는 25만 8500원, SK하이닉스는 160만 100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번 랠리는 간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따른 동조 현상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23% 급등한 가운데 인텔은 애플과의 AI 반도체 공급 협력 소식에 13% 가까이 폭등했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메모리 반도체 종목들도 11%대 상승률을 보이며 국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대외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도 호재로 작용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공식 확인했다.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4% 가까이 하락했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한층 강화됐다.
투자 주체별로는 개인과 외국인이 동반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전 9시 15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6245억 원, 외국인은 2416억 원을 각각 순매수 중이다. 반면 기관은 6993억 원 규모의 매물을 쏟아내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강세 흐름에 동참했다. 전 거래일보다 7.16포인트(0.59%) 오른 1220.90에 개장한 코스닥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주들을 중심으로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7000선 안착 여부와 추가 상승 동력 확보로 쏠리고 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과열 우려와 기관의 차익 매물 출회는 지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이번 급등이 실적 뒷받침 없는 유동성 장세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장기 박스권 돌파의 신호탄이 될지를 놓고 시장의 논의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