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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류 22% 폭등에 4월 물가 2.6%↑…21개월 만에 최대 상승

주민지 기자 | 입력 26-05-07 10:23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국제 유가 불안의 직격탄을 맞으며 1년 9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폭을 크게 키운 탓이다.

통계청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상승했다. 이는 2.2%를 기록했던 전월보다 0.4%포인트 확대된 수치로, 2024년 7월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과 2월 2.0%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3월부터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해 상승 폭을 넓히는 양상이다.

이번 물가 상승의 결정적 원인은 석유류 가격 폭등에 있다.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21.9%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리는 주범 역할을 했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30.8%, 휘발유가 21.1% 올랐고 등유 역시 18.7%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휘발유와 경유의 상승 폭은 2022년 7월 이후 최대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공업제품 전반으로 전이됐다. 공업제품 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올랐는데, 이는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석유류 가격에 민감한 서비스 물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류할증료 인상 여파로 국제항공료가 15.9% 뛰었고 해외단체여행비도 11.5% 상승하며 서비스 물가 전체를 2.4% 밀어올렸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 차관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1.2%포인트가량 더 높았을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물가 급등의 제동 장치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통계 당국의 판단은 여전히 신중하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전쟁 지속 여부에 따라 석유류와 파생 품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짚었다. 전쟁의 종식 시점이 향후 소비자 물가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장바구니 물가의 또 다른 축인 먹거리 지표는 다소 엇갈렸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2.9% 올랐으나, 신선식품지수는 6.1% 하락하며 대조를 이뤘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12.6% 떨어졌고 무와 당근 등 일부 품목은 40% 넘는 하락세를 보이며 전체 농산물 물가를 5.2% 낮추는 효과를 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후 본관에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흐름을 진단했다. 유 부총재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그동안 물가 하락을 견인했던 농축수산물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5월에는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 직후 별도의 구체적인 추가 대책을 즉각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제 유가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수급 관리와 가격 안정화 조치를 병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고유가발 물가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저하와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는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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