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이 매매가격을 앞지르며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5월 첫째 주 기준 1.56%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인 0.98%를 0.58%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가파르게 올랐다. 수도권 전세 상승률은 2.20%로 매매 상승률(1.79%)보다 0.41%포인트 높았으며, 비수도권은 전세 0.94%, 매매 0.20%로 그 격차가 0.7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서울의 경우 5월 첫째 주 전세가격이 전주 대비 0.23% 오르며 2015년 11월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 폭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경기권의 오름세가 뚜렷했다. 누적 상승률 1위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4.57%)가 차지했으며 안양시 동안구(4.53%), 용인시 기흥구(4.16%), 광명시(4.08%)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성북구(4.20%)와 노원구(4.06%)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남 무안군(4.39%) 등 일부 지방 거점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현상이 확인됐다.
전통적으로 매매 수요가 강했던 서울 강남권에서도 전세 시장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서초구는 올해 매매가격이 1.00% 오르는 동안 전셋값은 3.65%나 급등해 매매와 전세 간 상승률 격차가 2.65%포인트로 조사됐다. 강남구는 매매가격이 0.38% 하락했음에도 전셋값은 0.84% 상승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송파구와 용산구 역시 전세 상승률이 매매를 웃돌며 실거주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현장에서는 신축 입주 물량의 급격한 감소를 전세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부동산R114와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 7058가구에서 내년 1만 7197가구로 줄어들 예정이다.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며 전세로 남은 매물의 희소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비거주 1주택자의 토지거래허가 예외 적용 방안도 시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실거주 의무를 전제로 1주택자의 매도를 허용해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매도가 여의치 않은 집주인들이 비거주에 따른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직접 입주를 선택할 경우, 기존에 공급되던 전세 물량이 시장에서 증발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과 학계에서는 전세 시장이 정책적 압박보다는 실질적인 공급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부동산 정책이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오히려 임대 매물 잠김 현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하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전세와 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전세 시장은 공급 우위에서 수요 우위로 완전히 돌아선 구조적 정체 상태에 놓였다. 신규 입주 물량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존 전세 물량을 보유한 유주택자들의 거주 이동이 제한될수록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규제 완화 검토가 임대차 시장의 매물 부족을 해소할지, 아니면 실거주 가속화로 전세난을 심화시킬지를 두고 시장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