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차남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관계자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특정했다. 참고인 조사 단계였던 빗썸 관계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경찰 수사는 취업 청탁 의혹의 대가성 규명으로 범위를 좁혀가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서울 강남구 빗썸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빗썸 관계자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경찰은 김 의원 차남의 빗썸 취업 과정과 이후 김 의원의 의정활동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빗썸을 한 차례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빗썸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후 관련 진술과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참고인이던 빗썸 관계자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김 의원이 차남 김 모 씨를 빗썸에 취업시킨 뒤 이를 대가로 빗썸에 유리한 의정활동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1월쯤 빗썸에 취업해 약 6개월 동안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의원과 차남을 사실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경제공동체”로 보고 있다. 차남의 취업 자체가 김 의원에게 제공된 이익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구조가 인정될 경우 취업 청탁 의혹은 단순 인사 개입이 아니라 뇌물 사건으로 다뤄질 수 있다.
수사 대상에는 김 의원의 국회 정무위원회 질의도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차남이 빗썸에 취업한 뒤인 지난해 2월 18일 정무위 회의에서 피감기관장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특정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은 이 질의가 빗썸 경쟁사인 두나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의 전직 보좌진들로부터도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 의원이 빗썸 관계자들과 만난 뒤 두나무에 대해 강한 표현을 사용했고, 이후 두나무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는 질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차남 취업 청탁 의혹 외에도 공천헌금 수수 등 여러 비위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까지 김 의원을 모두 7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추가 소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은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 전반을 일괄해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제기된 의혹 전체 수사가 마무리된 다음에 끝나는 게 맞는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차남 취업과 김 의원의 의정활동 사이에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었는지다. 빗썸 관계자가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경찰은 채용 과정, 국회 질의 준비 경위,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의 접촉 내용을 함께 들여다보게 됐다. 김 의원 측의 해명과 경찰이 확보한 자료가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향후 송치 여부를 가를 쟁점으로 남았다.